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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저우에서 만난 순간들: 여행자의 스케치북
이병수 지음 / 성안당 / 2025년 4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쓴 후기입니다.
어떤 순간에는 생생하게 찍은 사진보다 수채화로 그린 감성적인 그림이 짙은 잔상을 남길 때가 있다. 잊히고 사라지는 찰나의 순간들을 오로지 펜과 물감, 캔버스로 옮겨 담는 동안 다녀간 명소는 하나의 액자가 된다. 우리가 광둥이라 부르는 광저우는 아시안게임을 개최한 곳이자 미식의 도시이며, 초고층 빌딩과 전통적인 건물이 함께 어우러진 중국 3대 도시이다. 세련된 도시의 이미지와 대자연이 같은 공간에 녹아들어 습도 높고 후덥지근한 날씨임에도 어디든 돌아다니고 싶어진다. 이 책은 3부로 나눠 48개의 명소를 소개한다. 1부는 랜드마크와 도심 핫플레이스, 2부는 전통과 역사, 유적, 사찰, 민속, 3부는 휴식, 젊음, 창작 그리고 낭만 등 저자는 광저우에서 보낸 2년 동안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기 위해 쉬는 날은 열심히 돌아다니며 수채화로 그림을 그렸다.
혹시 광저우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분을 위해 각 명소를 소개하는 첫 페이지에 QR코드와 주소, 교통편을 표시해두었다. QR코드를 찍고 들어가면 구글 지도에 명소가 어디쯤 위치해 있는지 알 수 있다. 어디든 전혀 가보지 않은 새로운 지역을 여행하는 건 늘 설레는 일이다. 낯선 도시를 2년 동안 머물 기회가 주어졌으니 보이는 모든 것이 신기하고 새로웠을 것이다. 보면 볼수록 광저우는 매력적인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중국 내 도시지만 자유로운 분위기와 수많은 명소와 맛집들로 지루할 틈이 없다. 무척 활기차고 생동감 넘치는 도시, 지속적으로 발전해 내가는 도시라는 느낌을 받았다. 실제로 광저우는 중국 내 1인당 GDP가 가장 높은 도시로 경제력이 월등하다. 다른 성에서 일자리를 찾기 위해 몰려들 만큼 중국에선 기회의 땅이기도 하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저자가 광저우 곳곳을 다니면서 정성스레 그렸을 수채화 그림들로 가득하다. 여행 가이드북이나 에세이는 아니지만 천천히 그림을 집중해서 보고 있으면 마음의 평안을 얻게 된다. 분명 가본 적도 없는 낯선 장소지만 어딘가 오래전 어느 도시를 여행하며 마주쳤던 장소와 겹쳐 보인다. 그건 아마 오랜 역사를 간직한 같은 문화권에 있는 도시에서만 느낄 수 있는 향수인 것 같다. 1부에서 3부로 넘기면서 느낀 건 광저우가 보여주는 색깔은 무척이나 다양하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는 절대 볼 수 없다던 기이한 모양으로 자라는 바니안나무(벵골보리수)와 113층의 CTF 동탑을 한 도시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 놀랍지 않은가? 이 책은 앞으로의 여행 일정에서 광저우를 잡고 있다면 반드시 참고해 봐도 좋을 만큼 가보고 싶은 명소만 엄선한 책으로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