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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으로의 마지막 여행
가일로 지음 / 작가와비평 / 2024년 12월
평점 :
※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은 북대서양 바다가 바라다보이는 곳에 위치하여 빨간 지붕과 하얀 벽돌로 된 집들이 늘어선 낭만적인 도시다. 소설 속 리스본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재회'와 '이별'이 이뤄지는 무대다. 이 소설은 여행 전문작가로 활동해 온 저자가 쓴 첫 장편소설이라고 하는데 장·단점이 명확하게 보였다. 소설의 첫 시작점인 영국 런던의 하이드 파크와 리젠트 파크를 묘사하는 장면을 보면 시간대에 따라 포착되는 미묘한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반면 남녀가 만나 대화를 나누는 부분부터는 인위적이고 어색하며 상황이 급전개되는 느낌을 받았다. 20살이라는 나이 차이가 꽤 나는데도 불구하고 젊고 아름다운 여성이 초면부터 적극적으로 이끌어가는 부분이나 남자가 건네는 느끼한 멘트, 존댓말을 썼다가 경어를 썼다가 하는 등 일관적이지 않은 부분이 보였다.
영국, 포르투갈, 미국, 한국이라는 여러 나라의 도시 속에서 펼쳐지는 남녀 간의 사랑과 이별 그리고 재회를 그려낸 소설로 저자만의 장점인 여행을 버무려냈다. 제1장 리스본행, 제2장 사랑, 제3장 고통, 제4장 마지막 여행, 제5장 파도로 흥미로웠던 건 제3장으로 넘어가면서 소설다워졌다는 점이다. 제1장 리스본행은 여행 에세이 성격이 강했고, 제2장 사랑은 소설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반면에 두 사람의 성격을 종잡을 수 없고 소설로서의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다가 제3장부터 제5장까지는 캐릭터가 제자리를 잡은 듯 차분해진 듯 느껴졌다. 의도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 거슬렸던 점은 제1장 리스본행 후반부와 제2장 사랑에서 불필요할 정도로 '그', '그녀', '그들'을 사용해서 이야기에 집중하기 힘들었다.
모든 인생사가 그렇듯 남녀 간에 주고받는 사랑과 이별은 매력적인 소재임에 분명하다. 그 장소가 이국이라면 더 특별한 의미로 다가올 것 같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르겠지만 주인공인 남자는 미국 소재 회사의 성공한 사업가로 워싱턴 D.C의 스미스소니언 국립 미술관에서 알버트 비어슈타인의 1868년 작 <Among the Sierra Nevda. California>에 빠져 감상하던 중 미모의 젊은 여성을 만나 식사와 디저트,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다 이후 만남을 이어가며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도시라는 배경은 이러한 사랑의 미묘한 감정을 담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이 되어준다. 처음이자 마지막인 리스본과 워싱턴 D.C, LA, 시애틀, 뉴올리언스 등 미국에서의 사랑은 아마도 나이 차이를 뛰어넘게 하는 그 무언가가 있음을 표현하고자 한 것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