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모과나무를 맨 처음 심은 이는 누구였을까
오경아 지음 / 몽스북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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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개한 꽃들로 아기자기하게 가꾼 정원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만으로 우린 자연을 가까이 느낀다. 고된 노동도 마다하지 않고 수고스러운 땀방울을 흘리며 정성스럽게 정원 곳곳을 관리해야 하는 일임에도 오히려 위로를 받는다. 이런 노력을 알아봤는지 매일같이 찾아오는 산새들과 동물, 곤충들이 정원을 내 집처럼 드나든다. 방송 작가로 일하다가 7년간 영국 유학을 하며 가든 디자인을 공부한 뒤 귀국한 후로 신세계 스타필드 등 상업 공간과 다수의 수목원, 공원, 주택 정원 등을 디자인하며 초보 정원 생활자를 위한 강의와 가든 마켓의 활성화를 위해 '옥토퍼스 가든 마켓'을 개최하며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저자는 그림을 그리는 가든 디자이너로 책 곳곳엔 사진보다 생명력 넘치는 그림들로 가득하다.


도시에서 줄곧 일하다가 속초로 터를 잡은 뒤엔 이젠 정원을 가꾸며 디자인하는 가든 디자이너로서 다수의 책을 집필했다. 속초에 살면서 겪은 일 중 정원에 얽힌 이야기는 빼놓을 수 없다. 대부분 정원에 심은 꽃과 나무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주변에 온통 산들로 둘러싸인 자연에 살지만 내 앞마당 정원은 내 취향대로 꽃과 나무, 연못 등을 배치할 수 있어서 좋다. 사시사철 자연에 부대끼며 오랫동안 짓눌렸던 두통과 코막힘 증상도 씻은 듯 사라졌다. 정원을 가꾼다는 것은 일일이 사람의 손길이 닿아야 하는 일이기에 부지런해야만 유지될 수가 있다. 집을 얻기 전부터 심어져 있던 커다란 모과나무처럼 한 그루의 나무엔 집 터가 자리 잡기 전부터 이어져 온 역사와 함께 한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힘든 날도 있겠지만 그래도 정원과 찾아오는 생명체들로 인해 행복한 날이 더 많았을 거라는 어림짐작을 해본다. 피고 지는 자연의 순리에 순응하며 강인한 생명력을 믿고 기다려주는 인내심을 배운다. 처음 심은 누군가가 있기 때문에 계절마다 아름다운 결실의 순간들을 맞이할 수 있다. 물론 도시에서도 작은 정원을 가꾸면서 나름 자연과 함께 사는 기분을 누릴 수 있지만 그보다 더 넓은 정원에서 매일 신선한 공기와 함께 시작하는 하루만 못하다. 정원의 순환은 오로지 집 주인만 누리는 것이 아니라 주변 이웃부터 온갖 동식물들에게 좋은 영향을 준다. 그래서 정원을 가꾸는 모든 이들의 노력과 선견지명으로 찾아오는 모든 이들에게 이보다 좋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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