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쾌한 해설과 그림이 있는 천로역정
존 버니언 지음, 릴랜드 라이큰 글, 오현미 옮김 / 도서출판CUP(씨유피)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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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무심히 바깥 풍경을 볼 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듯 고요하고 평화로워 보인다.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곧 내일이 되듯 반복되는 일상이 무료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어둑해진 밤거리를 걸을 때는 다소 긴장감이 높아진다.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세상 살기가 예전 같지 않고 나날이 팍팍해져 가는 마음 둘 곳도 없다. 무언가 혼탁해진 마음으론 갈피조차 잡지 못하고 부유하듯 붕 뜬 기분을 주체할 수 없다. 크리스천으로 신앙을 지키며 산다는 것이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세상에 나를 드러내지 않고 비판조차 감수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힌 <천로역정>의 저자 존 버니언이 옥살이를 하던 중 쓴 책으로 1678년 발간된 이후 지금까지 신앙인과 비신앙인에게 큰 울림을 주고 있다. 마치 탕아처럼 모진 풍파를 겪은 신앙인이 읽는다면 재차 믿음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고, 비신앙인이 읽게 된다면 세상이 주는 진리보다 참된 좁은 문을 찾아 떠다는 소설 속 크리스천으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게 될 것이다. 수많은 비유와 은유로 가득 찬 <천로역정>은 온갖 어려움이 뒤따르지만 결국 천국으로 가는 여정이 옳다는 걸 보여준다. 이 책 중간마다 해설을 곁들었고 '책 속의 책'에선 영문학자 릴랜드 라이큰의 <천로역정 가이드>를 실었다. <천로역정>의 깊은 의미를 이해할 수 있도록 쓰여서 이 책을 <천로역정>의 결정판으로 삼아도 무방할 정도다.


<천로역정>은 현재 신앙생활이 흔들리거나 여러 가지 일로 힘들어하는 분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등장인물들은 의도된 듯 비유를 들어서 세상이 온갖 유혹과 간사한 말재간으로 어떻게 뒤흔드는지 보여준다. 하지만 결국 우리가 향해야 할 곳은 전도사가 처음에 가리켰던 빛이 보이는 좁은 문이다. 그 좁은 문이 바로 천국으로 가는 길이다. 불현듯 찾아온 죄의식을 떨쳐내기 위해 무거운 짐을 지고 나선 크리스천의 여정은 바로 우리들의 세상 속 모습과 다를 바 없다. 그래서 읽을 때마다 그 의미가 새롭게 읽히고 영원하지 않은 세상을 사는 나를 되돌아보게 한다. 진리 속에 자유함을 얻을 날을 꿈꾸며 <천로역정>이 주는 메시지를 새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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