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디 평전 - 문명에 파업한 비폭력 투쟁가 PEACE by PEACE
박홍규 지음 / 들녘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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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트마 간디에 대해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을까? 비폭력 운동을 벌인 인도의 사상가로서 존경받은 인물로 알려져 있는데 <간디 평전>을 쓴 저자는 비판적인 간디라는 인물을 조명했다. "간디에 대한 비판이나 혐오를 모두 소개하고 그것들에 대한 나의 관점을 밝힐 생각이다. 나는 간디를 미화하거나 우상시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한 인물에 대한 역사를 기록할 때 이것이 후대나 동시대 사람에겐 올바른 역사인식을 갖게 하는 자세인 것이다. 이미 역사적 평가가 끝난 독재자를 소환해 과거를 미화하고 왜곡된 사실을 알리는 건 죄악이다. 객관적인 역사적 사실을 외면한 채 변호하듯 변명거리를 덧붙이거나 오해를 불러일으키게 한다면 그것 자체로 이미 신뢰성을 잃어버린 것이다.

이 책을 쓴 저자처럼 간디도 약점이 많았고 실수도 많이 했다는 걸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대중들에게 알려진 것과는 다른 사실도 엄연히 존재하기에 무조건 숭배하는 걸 극도로 경계해야 한다. 우리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간디도 우리와 같은 나약한 인간일 뿐이라는 사실이다. 비폭력을 주장했지만 비겁한 자들의 비폭력에는 동의하지 않았다거나 동물 보호를 주장하면서도 평생 반려동물을 키운 적이 없다. 채식주의자가 된 것은 그가 그렇게 살겠다고 선언한 것이 아니라 종교적 분위기에서 자연스럽게 되었다는 거다. 어릴 적 간디는 학교 공부를 등한시했고, 출신 학교와 선생들을 경시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달리 애교심과 애향심 부재는 유소년 시절의 특징이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디가 우리에게 주는 큰 울림은 무엇인가? 그의 생애를 보면 사실 별 볼일 없던 문제아가 쉽게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영국 유학을 했고 돌아와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하다 압둘라 회사 초청으로 남아프리카로 간 뒤 나탈과 트란스발 등에서 인도인 인권 박탈 법에 대한 반대 투쟁을 하면서 인생은 큰 반전을 일으킨다. 남아프리카에서 인도인을 위한 인권 투쟁을 승리로 이끈 그는 자신이 배운 변호사 관련 지식을 나탈 인도인을 위해 투쟁하다 여러 번 투옥을 당한다. 46세가 된 1915년 이후 인도로 돌아온 간디가 보인 행보가 바로 우리가 아는 간디의 모습인 거다. 간디 사상의 핵심인 사티아그라하도 대영제국에 맞서는 것이 아니라 민중을 교육하자는 것이었고 대영제국의 존재를 인정해왔다는 것이 다르다.


"자주독립을 원하는 민족은 자유에 이르기 위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보통 그 최후의 수단은 폭력이지요. 그러나 사티아그라하는 절대적으로 비폭력적인 무기입니다. 나는 그 실천과 한계를 설명하는 것이 나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영국 정부가 강력한 정부임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사티아그라하가 최고의 해결책이라는 것도 확신합니다."


간혹 간디의 비폭력 투쟁은 제국주의에 의해 식민지가 된 수많은 나라에 영감을 주었다. 그래서 일제강점기 독립투사와 비교될 때가 있다. 간디는 제국주의 시대에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였기 때문이다. 대영제국으로부터 독립을 염원하는 모든 인도인들에게 간디는 영적인 지도자였고, 세계인들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했지만 시대적 한계까지 극복한 것은 아니었다. 이 방대한 책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지도자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1947년 8월 15일 마침내 인도는 독립했지만 무슬림과 힌두교 간의 종교 분쟁은 날로 거세졌다. 결국 1948년 1월 30일 힌두교도인 고드세에 의해 암살당하며 삶을 마감한다. 간디의 흑인관 등 비판할 점이 많지만 자율성 철학이나 비폭력주의에는 배울 점이 많다고 저자도 인정하고 있다.


한 시대를 풍미한 사상가인 간디에 대한 평전이지만 비판적인 시각에서 과오를 따져본다는 점에서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다. 찬양 일색으로 과거조차 아름답게 포장하는 평전이 아닌 그가 잘못한 부분은 지적하고 넘어간다. 그러면 요즘처럼 이데올로기로 양극화된 세계엔 어떤 영적 지도자가 필요한가. 서로 통합되지 못하고 정치는 이를 자신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국민들이 믿고 따를만한 영적 지도자의 부재를 실감한다. 간디가 위대한 사상가로 남을 수 있었던 것은 상대방을 인정하고 폭력이 아닌 비폭력주의로 생각을 관철시키기 위한 투쟁을 했다는 점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지금까지 잘 알지 못했던 간디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었고 객관적으로 간디의 생애를 쓴 평전으로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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