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혼술이다 - 혼자여도 괜찮은 세계
이나가키 에미코 지음, 김미형 옮김 / 문학수첩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의 저자인 이나가키 에미코는 일정 부분 내게 영향을 준 인물이다. 2017년 6월 11일에 방영되었던 SBS 스페셜 <퇴사하겠습니다>를 보면서 이런 삶도 가능하겠다고 생각했다. 외모가 아름답거나 젊지 않았지만 독신이자 1인 가구로 자신만의 철학과 가치관 속에서 꿋꿋하게 잘 살아간다고 느꼈다. 요가, 미니멀리스트, 소비하지 않는 삶 등 배울 점도 많았다. 월급 없이 살아야 했기에 값싼 아파트에서 냉장고나 세탁기 없이 안 쓰는 편을 택하며 자유롭게 사는 모습에 감명을 받았는지도 모른다. 그런 그녀가 이번에 혼술을 주제로 신간을 펴냈다. 요즘은 1인 가구가 많아져서 혼밥, 혼술을 한다고 누가 눈치를 주겠냐마는 첫 발을 떼기가 어려웠나 보다. 역시 글마다 일본 감성이 물씬 느껴진다. 별것 아니지만 꽤 주변 사람과 분위기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그렇지만 역시 그녀의 글은 유쾌 발랄하고 읽는 소소한 재미가 있다. 혼술 데뷔도 억지로 맡게 된 취재를 핑계 삼아 시작하게 되었는데 얘기를 듣자 하니 드라마 <히어로>에서 주인공인 쿠리우 코헤이가 수시로 바에 들러 혼자 술과 음식을 시켜 먹던 장면이 생각난다. 그녀가 혼술에 빠져들게 된 계기도 사장님이 해준 말에 끌려서 좋아하게 된 것은 아닐까?


"모르는 사람하고도 얘기를 나눌 수 있잖습니까? 그럼 인생의 폭이 넓어질 테니까요....."


표지에 그려놓은 것처럼 이자카야는 주방과 테이블이 맞닿아있는 구조라서 오히려 혼술 하기에 적당할 수도 있겠다. 흔히 우리가 아지트로 삼는 곳은 특유의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가 있다. 하루 종일 쌓인 스트레스와 긴장을 달래기엔 이만한 곳이 없다. 그녀가 혼술에 대한 책을 쓴다는 건 평소에도 술을 적당히 마셨다는 뜻은 아닐까. 술을 좋아하지 않는데 혼술을 갈망할리는 없으니까 말이다. 혼술을 하게 되면서 인생이 행복해진다는 걸 알았는데 역시 단골을 만들어야 마치 내 집 드나들듯 편해지는 건 당연지사다.


"혼술의 묘미는 무엇보다, 기댈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낯선 상황 속에서 고독과 마주하는 것이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의 무력감과 당혹감을 느껴보는 것이다. 뭐든 할 수 있다고 잘난 척했었는데 사실은 돈과 지위에만 기대며 살아왔을 뿐이라고 경악하는 일이다. 한심한 자신을 마주하는 건 벌거벗은 자신을 마주하는 것이니까."


혼술을 통해 인생을 배우고 사회가 만들어준 감투에서 벗어나 솔직하게 나 자신과 마주할 수 있게 해준다. 술집에서 낯선 사람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다른 삶을 알게 된다. 혼술을 시도한 의도는 그녀가 추구해온 삶과 닮아있다. "고독을 두려워하지 않고, 쓸쓸함 때문에 도망치지 않고, 당당하게 사는 경험 말이다." 이제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졌지만 혼자서 술집에 가거나 맛집에 간다는 건 전적으로 나에게 집중하는 일이다. 다른 사람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고 자유롭게 행사한다는 의미다. 혼술 비기 12조까지 만들면서 진심으로 그 세계에 빠져든 이유도 보면 주체적인 인생을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가 보인다.


물론 가까운 편의점에 들러서 맥주캔이나 소주와 안줏거리를 산 뒤 집에 앉아 혼술을 해도 되겠지만 역시 분위기라는 것을 무시할 수 없다. 이자카야 단골집에 들러 가벼운 술 한 잔과 안줏거리로 시간을 보내는 것도 하루를 마무리하기에 좋은 선택이다. 어차피 인생은 혼자다. 혼술은 오로지 자신만의 세계에서 그 자체를 즐기면 되는 일이다. 요즘은 유튜브에서도 혼술 하는 여자들의 영상이 많이 올라오는데 굳이 오지랖을 떨 이유가 없지 않은가. 각자의 인생을 즐기면 될 뿐이다. 혼술에 익숙해지면서 자립심을 키우고 조금은 여유롭게 인생을 살아가는 것도 괜찮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