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이프, 혐오와 매혹 사이 - 악마의 무늬가 자유의 상징이 되기까지
미셸 파스투로 지음, 고봉만 옮김 / 미술문화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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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마다 고정관념과 편견은 있지만 이것이 종교적 관습과 미신이 결합될 때 얼마나 무서운 사회 현상으로 나타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1295년 교황 보니파시오 8세가 내린 특별 교서에는 모든 수도사가 소속과 상관없이 줄무늬 옷을 착용할 수 없다는 명령을 공포한다거나 1310년 종교적 직책을 맡고 있던 구두 수선공 콜랭 도리쉬에가 결혼 후 '줄무늬 옷을 입었다'는 이유만으로 사형을 당한 건 충격적이었다. 그 당시 줄무늬가 가진 상징성이 꽤나 부정적이고 비기독교적으로 보였다는 방증이다. 지금처럼 아무런 제약 없이 자유롭게 입고 다니는 시대에서는 상상할 수조차 없는 일이다. 물론 현재 이슬람권에서는 여성들이 밖으로 외출할 때 히잡 입을 것을 강요받고 있다. 종교적 관습이 사회를 지배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사실 중세 시대에는 '줄이 있는 것'과 '다양한 것'은 종종 동의어로 쓰였는데 줄무늬가 경멸적 어휘로 바뀐 것은 중세 문화에선 다양한 것이 불순하고 위협적이며 부도덕하고 속임수를 쓴 것을 의미해서 실제 그림에도 같은 의미로 표현하곤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중세 시대에 그려진 그림을 보면 부정적인 의미를 뜻하는 대상은 예외 없이 줄무늬나 점박을 그려 넣었다고 한다. 이런 사회적 인식이 팽배한 사회에서의 세계관 안에 있으면 사람들에게 각인되기 쉽다는 사실이다. 16세기 이전만 해도 줄무늬는 악마의 상징처럼 여겨졌지만 근대 사회에 접어드는 시기부터는 줄무늬 패턴이 의복, 문장 이외에도 실내 장식, 가구 장식, 항해, 위생, 일상생활 분야에서 다양하고 폭넓게 사용되기 시작한다.


사회가 근대화되고 발전할수록 사람들은 점점 종교적 관심이나 미신에 얽매이지 않고 실용적으로 사고하게 된다. 그래서 경멸을 받아왔던 줄무늬는 건축 현장이나 패션에 활용되며 여러 계층에서 누구나 즐겨 입는 옷이 된 것을 보면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20세기에 들어 생각되는 건 유대인을 수용소에 가둘 때 입던 죄수복, 뉴욕 양키즈 선수들의 스트라이프 운동복, 유니클로 티셔츠 정도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현재는 유행을 타지 않는 패턴의 옷이 되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줄무늬 하나만으로도 역사적, 인문학적 사실을 깊이 있게 다루고 있어 읽는 내내 즐거운 시간이었다. 시대에 따라 혐오스럽게 보이기도 하고 매혹적으로 보인다는 것이 신기했고 우리에게 또 다른 편견이나 고정관념은 없는지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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