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친절한 포르투갈 순례길 안내서
김선희 지음 / 까미노랩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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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만큼 국내에선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리스보아에서 출발해 파티마를 거쳐 종착점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걷는 포르투갈 순례길은 660㎞를 걸어야 하는 긴 여정이다. 보통 순례길을 떠올릴 때 뙤약볕 아래 끝없는 지평선을 걷는 고행길이라고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포르투갈 순례길 코스 안에 도시를 가로질러 가거나 교외로 벗어나면 목가적인 풍경과 마주한다. 예기치 않게 변하는 날씨와 아름다운 대자연과 마주할 때면 잠시 고된 행군도 잊게 만든다. 저자는 29일 일정으로 리스보아에서 시작하는 파티마 길과 센트럴 루트 I, II 코스를 완주했다. 책을 읽다가 QR코드로 이동하면 까미노랩에서 올린 유튜브 영상을 볼 수 있어 생생한 현지 분위기가 바로 눈앞에 펼쳐진다.


영상 때문에라도 포르투갈 순례길에 도전하고 싶다는 욕구가 솟아오를지도 모른다. 또한 저자가 우연히 순례길에 만난 G 할머니 제안에 벤피카 교구 성당 소속 일행과 함께 파티마 길을 걸으면서 본 로컬들은 친절하고 온정이 넘쳐흘러 보였다. 낯선 사람에게도 선뜻 호의를 베풀 줄 알며 저자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연락을 취하는 모습에서 따뜻한 마음이 느껴졌다. 다시 연락이 닿아 데리러 온 역에서 처음 만났을 때 인사가 "밥은 먹었어?"라니. 배낭 안에는 3개월 치 유로화와 여권 등이 다 들어있었는데 말이다. 순례길의 기적은 간절히 원하는 사람에게 찾아오는지 낯선 땅에서 긴 순례길 여정도 도전해 볼 만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각 일정마다 시간별로 겪었던 일들을 적어서 더욱 생생한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왜 순례길을 걷는지 그 목적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굳이 이유를 찾으려 들지 않아도 그들은 도로를 걷는 지금 행복하다는 거다. 하루 일정은 매우 단순한 루틴에 따라 흘러간다. 생각을 비우고 걱정거리를 내려놓으니 처음 만난 낯선 사람도 반갑게 맞이할 수 있는 정신적인 여유가 생기는 것이다. 순례길은 이제 가톨릭 신도들만 걷지 않는다. 전 세계 사람들이 평생 한 번쯤은 걸어봐야 할 도전이라 여긴다. 영상을 보니 하나의 목표를 위해 걷는 그들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국적과 나이, 성별은 제각각이지만 순례길 위에선 모두가 평등했으며, 포르투갈 순례길도 걸어볼 만한 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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