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의 발견 - 마에스트로의 삶과 예술
존 마우체리 지음, 이석호 옮김 / 에포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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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스트라 연주회에 갈 기회가 생겨서 감상한 적이 있는데 수많은 연주자를 손짓과 지휘봉으로 음악을 조율하는 지휘자에게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한 곡을 완벽하게 연주하기 위해 지휘자는 섬세하고 강력한 리더십 아래 조화를 이룬 음악을 이끄는 자이다. 지휘자의 삶과 이야기를 다룬 책을 만나보기 쉽지 않았는데 이 책은 세계적인 지휘자이자 음악 교육자, 제작자인 존 마우체리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한 권에 담았다. 클래식 음악을 가끔 듣기는 하지만 조예가 깊지 않아서 이해했다기 보다 음악의 역사가 어떻게 흘러갔으며 오페라와 오케스트라의 규모가 커지면서 지휘자 개인의 능력이 중요해졌다는 것까지는 이해했다.


전지적 지휘자의 시점에서 바라본다는 점도 독특하게 다가왔다. 클래식 음반에 참여할 때는 음악가와 지휘자, 프로듀서와 엔지니어 간의 호흡이 생명인데 가편집본 이후 수정 작업으로 믹싱을 거칠 때 지휘자가 직접 음을 조율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녹음을 할 때는 어느 스튜디오에서 작업을 하는지가 중요하다. 뛰어난 녹음실일수록 연주자들이 완벽하게 연주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예나 지금이나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올 때면 마음이 안정되고 무엇을 하지 않았는데도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연출되는 것 같다. 음악이 가진 힘인데 아무리 뛰어난 작곡가가 곡을 만들었어도 지휘자의 통솔 아래 각각의 악기를 연주하는 연주자들의 음을 잡아주어야 하나의 곡이 완성된다고 볼 수 있다.


정말 흔하지 않은 책이다. 지휘자 개인의 삶은 풍부한 음악 상식과 오래된 역사에서 정체성이 드러난다. 처음엔 지휘자의 역할이 주목받지 못했지만 음악이 점차 복잡해지고 새롭고 특이한 악기가 등장하면서 이젠 총보 없이는 단원들이 제대로 연주하고 있는지 알아차리기 어렵게 되었다. 연미복을 입고 단상 한가운데에 올라 곡의 흐름에 따라 격정적이었다가 다시 우아한 손짓으로 연주하는 지휘자를 이 책으로 알아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좋은 음악은 연주자들과의 호흡을 하나로 묶어주는 지휘자의 밝은 귀가 아니었다면 만들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경험치만큼 실력이 늘어나는 지휘자는 분명 멋진 자리에서 가장 빛나는 소리 없는 연주자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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