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을 탐하다 - 도시에 담긴 사람·시간·일상·자연의 풍경
임형남.노은주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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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현재 EBS에서 방영중인 <건축탐구 집>에 출연중인 건축가 부부 임형남, 노은주가 공저로 우리를 둘러싼 공간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있다. 역시 건축물이나 특정 장소를 다룰 때는 건축가가 풀어줘야 역사나 의미가 귀에 쏙쏙 들어오는 것 같다. 각자 특정한 곳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는 감회가 새로울 것이다. 내겐 종로서적이 그런 장소였다. 교보문고, 영풍문고가 있었지만 층별 구조로 된 종로서적은 특별한 곳이었다. 워낙 책을 좋아해서 청계천 헌책방거리를 자주 가곤 했는데 새로운 책이나 앨범을 만나기엔 종로서적 만한 곳이 없었다. 이젠 역사 속에 묻혀 사라졌지만 아련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건 그 공간에서 보낸 시간과 사람들, 내가 남긴 흔적이 있기 때문이다.


신기하게도 과거에 찍은 사진을 볼 때면 그 당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상상의 나래를 펼치곤 한다. 과거가 있기에 현재가 있는건데 마치 처음 본 것마냥 옛 건물이 남긴 역사의 아우라가 지금의 도시를 지탱하는 주춧돌이다. 서울은 인구 천만명이 넘는 메트로폴리탄으로 고궁, 공원, 고층빌딩, 아파트, 주택가, 시장, 하천 등이 함께 모여있기 때문에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일과 휴식이 균형을 잡기 위해선 운동시설과 공원, 산책로가 집 주변 가까운 곳에 있을수록 좋다. 저자는 도시, 기억, 놀이, 휴식의 공간을 다뤄 특정한 건물이나 장소를 다각도로 조명해주는데 이야기를 풀어내는 솜씨가 좋아 뇌리에 쏙쏙 박혀서 읽는 재미가 있다.


도시에 오랫동안 살면서도 별다른 감흥을 느낀 적이 별로 없었다. 근데 어릴 적 기억을 거슬러 따라가다 보니 불과 몇 십년 사이에 변화된 도시의 풍경을 보며 격세지감을 느낄 때면 빠르게 시간이 흘러갔음을 실감하게 된다. 이렇게 사람들마다 공간에 대한 기억이 다르고 결코 다시 볼 수 없을 광경이 아른거려도 다시 되돌리지 못한다. 이 책을 읽으면 사람들은 자신을 둘러싼 환경과 공간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는다는 걸 알 수 있다. 특정한 목적을 위해 공간을 꾸미기 때문에 저자가 차근차근 설명해주는 부분이 너무 재밌게 읽혔다. 간혹 모르고 지나치는 부분이 많은데 이 책을 읽은 후엔 시시각각 바뀌는 도시를 관심있게 관찰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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