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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맛 - 연기부터 수액까지, 뿌리부터 껍질까지, 나무가 주는 맛과 향
아르투르 시자르-에를라흐 지음, 김승진 옮김 / 마티 / 2021년 11월
평점 :
깊게 생각해 보지 않았던 것 같다. 흔히 나무에서 얻을 수 있는 건 고로쇠 수액, 고무 수액, 송담, 버섯 정도가 전부였다. 근데 별안간 맛있는 나무에 대한 이야기라서 색달랐다. 나무를 저장고로 이용하는 예는 종종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와인이다. 어떤 나무를 쓰느냐에 따라 맛과 향에 영향을 받나 보다. 나무통 숙성은 위스키 증류소에서 파악이 되는데 오스트리아 산 오크 통에서 3~4년 숙성시킨 위스키의 맛이 조화롭고 풍성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바닐라 향과 꿀 향이 분명하고 은은하게 코코넛 향이 배어 나오며 훈연한 시나몬 향까지 살짝 감도는 데다 알코올의 독한 느낌을 훨씬 중화시켜주니 식재료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 분명하다.
신기한 건 어떤 나무로 된 통에 숙성, 저장시키느냐에 따라 향이나 맛에서 미묘한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어느 한 부분이 튀거나 하지 않고 조화롭고 풍부하게 맛을 살려준다는 점에서 나무가 인간에게 주는 이로움은 끝이 없는 듯싶다. 이 책은 나무로 어떻게 맛을 내느냐라는 질문에 마치 답을 해주듯 다양한 사례로 충분히 맛을 내고도 남는다는 식으로 소개하고 있다. 저자의 끈질긴 추적과 실험 덕분에 신빙성 있는 자료를 얻었다. 나무에 맛이 있다는 전제에 분명하게 입증할 수 있는 사례가 있어야 했고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오크, 밤나무, 체리나무, 너도밤나무 등 나무의 재발견을 하는 기분으로 읽은 책이다.
워낙 자연에 있는 것이 좋고 나무가 줄지어 늘어선 길을 걸을 때 행복감이 큰데 나무의 쓸모가 이렇게나 다양하다는 사실이 좋다. 사실 나무 자체는 버릴 게 없고 쓰임새가 다양하다. 특히 나무껍질로 치즈를 숙성시키다니 여기선 가문비나무판자 위에 놓고 숙성시킨다고 한다. 이렇게 하면 치즈가 부서지지 않고 잘 구부러져서 나무껍질 조각이 치즈에 들어가 까끌까끌하게 씹히는 것을 막아준다. 맛과 향이 좋아지는 건 더할 나위 없다. 각 식재료마다 어떤 나무를 사용해서 숙성, 보관시키느냐에 따라 미치는 영향이 각각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무가 가진 쓸모의 재발견이었고 이 책으로 흥미로운 나무 맛의 세계에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