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유난히 좋아지는 어떤 날이 있다
김리하 지음 / SISO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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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고나니 문득 인생에 정답이란 게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각 나이대에 맞는 역할과 해야 할 일들을 미션처럼 수행하고 나면 행복해지는 걸까? 살다 보니 중요한 건 따로 있었는데 왜 그때는 깨닫지 못하고 삶에 휘둘렸었나. 한 번도 나다운 삶을 살아본 적이 없어서 남들처럼 살면 되는 줄로 알았다. 그러나 이젠 빈 껍데기만 남은 공허한 삶에 염증을 느꼈고 결국 마음 챙겨줄 사람도 나에게 먼저 해줘야 한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얼마나 오래 살지 미래를 예측하기도 어려운 시대에 어떻게 살아야 행복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지칠 때면 잠시 쉬어가도 좋고 멈춘 채 나를 보살펴도 괜찮다. 기운 차릴 때까지 쉬었다가 다시 가도 일상은 무너지지 않는다. 혼자 고민을 떠안고 있어봤자 나만 힘들 뿐이다.


모든 일들은 일상을 겪어가는 인생의 한 과정이다. 남이 가진 것을 부러워하다간 내 현실만 초라해지고 불행하게 보인다. 그건 삶의 가치를 찾지 못하고 뚜렷한 목표가 없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뒷모습만 뒤쫓아가는 서글픈 허상만 드리워질 뿐이다. 다 갖춘다고 해서 행복이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의 크기에 맞게 덜 갖춰도 충분히 우리는 행복을 누릴 수 있다. 너무 많은 것을 짊어지고 가다 보니 채워지지 않은 것에 대한 공허함이 있다. 열심히 앞만 보고 가다 잠시 멈춰 섰던 적이 종종 있었다. 몇 개월 내지 몇 년을 쉬었는데 일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니 홀가분했고 행복했다. 그리고 그제야 세상과 직접 대면한 내가 보였다.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지 알게 되니 자신감이 붙고 모든 해보고 싶어졌다.


요 몇 년 전부터 이런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열심히 일만 하면 그 일하는 시간을 빼면 내게 남는 기억은 무엇인가? 다시 일을 시작한 시기를 보니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는데 인생에 기억될만한 일이 별로 없다는 사실이다. 일단 경제적으로 나아졌지만 행복도는 떨어져갔고 뭔지 모르게 마음이 붕 뜨고 이대로 가도 괜찮은지 되묻게 된다. 이렇게 좋은 시절이 지나간 뒤에 무엇이 남을까? 해보고 싶은 일도 많고 도전해보고 싶은 일도 있는데 시간적 여유도 누리지 못한 채 또 흘러가겠구나. 내 모습 그대로 인정해 주고 단점 대신 장점을 찾아본다면 내가 좋아지지 않을까? 억지로 남처럼 안되는 일을 따라 해서 극복해보려다 상처받기 보다 그냥 있는 그대로 살아도 괜찮다. 원래부터 내가 살아온 모습인데 갑자기 바뀌어도 그게 더 이상해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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