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를 타며 파도치는 내 마음을 읽습니다 - 인생을 항해하는 스물아홉 선원 이야기
이동현 지음 / 이담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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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위에서의 생활하는 선원들의 일상은 일반인들이 알 길이 없다. 6개월에서 길게는 10개월까지 망망대해에서 지내기 때문에 짐 싸는 일부터 만만치 않다. 저자는 대형 컨테이너선 일등기관사로 5~9만 톤 크기의 선박에 승선하는 동안 28개국 62개 항구를 방문하였고 배 안에 머무른 시간이 무려 약 40,656시간이라고 한다. 공교롭게도 공부를 잘하던 아버지를 따라 해양대학교를 선택한 저자는 바다에 행복이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배 위에 올랐다. 어느 정도 인생을 살다 보면 공부와 점수표가 전부는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겠지만 출발점에선 다른 학우와 나를 저울질하며 내 선택이 옳았기만을 바란다.


항구에 정박해 있는 거대한 컨테이너선을 먼발치에서 보기만 해도 그 중량감이 상당하다. 배에 머무는 동안에는 매일 아파트 옥상에서 지내는 건데 저자가 배 안에서의 일상을 상세하게 적어놔서 궁금증은 해소되었다. 선원이 수염을 자연스레 기르는 이유도 타인을 의식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수염이 덥수룩하게 자라는 만큼 하선할 시간이 가까워오고 있다는 징표이기 때문이다. 하긴 보이는 것이라곤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밖에 없는 배 안에서 지루하게 반복되는 생활이 마냥 좋을 수만은 없을 것이다. 알게 모르게 겪는 고충도 심각했다. 은연중에 폭력이 도사리고 있었고 배라는 폐쇄된 공간이기 때문에 은폐하면 증거인멸이 되었다.


또한 기관실에서 쩌는 담배 냄새 때문에 비흡연자는 토할 것 같은 담배 연기 속에서 일해야 한다. 그럼에도 저자는 배 위에 홀로 있는 시간에서 자신과 마주한다. 배에 오를 때 가방은 자신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만 담는데 인생을 살면서도 당장 필요한 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정신없이 달려온 세월, 문득 앞만 보며 달리다가 몸에 탈이 난 사람들이 많다. 어딘가 많이 아프고 병원 신세를 지는 등 달리는 동안 스스로를 혹사시킨 것이다. 언젠가 올 행복을 위해 악전고투하며 살았는데 왜 잠시 멈춰가지 못했을까라는 뒤늦은 후회를 한다. 길게 내다보고 내가 나에게 보내는 신호에 맞춰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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