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편성준 지음 / 몽스북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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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생활에 지칠 때면 간혹 이런 꿈을 꾼다. 어디론가로 훌쩍 떠나서 마음껏 푹 쉬다 서서히 치유가 될 때쯤이면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 그때는 이전과는 다른 일을 해보는 것이다. 평일에도 내 마음대로 시간을 쓰면서 하고 싶은 대로 사는 자유. 9 to 6에 얽매이지 않고 쉬고 싶을 때도 쉬고 가고 싶을 때 떠나는 삶. 솔로라면 시도해볼 만한 일인데 부부가 둘 다 직장을 그만두고 놀고 있다니 큰일이다. 아무리 솜씨 좋은 프리랜서 카피라이터라고 하지만 고정된 수입 없이 살아도 괜찮은 건가? 근데 직장을 다니지 않을 뿐 완전히 손 놓고 노는 건 아니었다. 경제활동을 완전히 멈춘 채 논다기 보다 프리랜서로 자유롭게 시간을 보낸다는 표현이 적절할 듯싶다.


하와이로 신혼여행을 가서도 관광을 다니기 보다 하루 종일 솔 베드에서 뒹굴며 책이나 읽는 부부인데 속 편히 사는 모습이 부럽기도 하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하루를 흘려보내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마치 허송세월을 보내는 마냥 큰일이 난 줄 알고 난리 친다. 논다는 건 곧 게으르고 무책임한 사람이라고 보는 시선이 있었다. 마흔 줄 살아보니 남의 시선은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더라. 돈은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재화이지만 그보다 평온하고 행복하게 하루를 보내는 게 훨씬 낫다. 그깟 돈은 없어지기도 하고 생기기도 하지만 마음에 찾아든 안정감과 충만한 행복은 돈 주고도 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냥 내 마음이 편안한 상태로 보내는 게 제일이더라. 인생 별거 아니다.


부부가 둘 다 논다길래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이들은 우울해하지도 않고 집에 틀어박혀 자신들만의 세상을 사는 것도 아니다. 그저 유쾌하게 농담처럼 받아들이며 세상을 살아가는 시선이 바뀌어가고 있던 것이다.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어쨌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놀고 싶을 때 놀고 있으니까 적어도 직장인들보다 행복지수는 높지 않을까? 본업인 글 쓰는 일도 하면서 잘 놀 줄 아는 부부다. 치열하게 살아왔으니 좀 쉬어가도 괜찮다. 인생은 길고도 짧다. 짧은 생이라면 후회 없이 하루를 보내면서 즐거운 일을 하고 싶다. 일에 대한 얘기보다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이들 부부를 통해 또 다른 삶의 방식을 들어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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