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내 방 하나 - 손 닿는 만큼 어른이 되어가는 순간들
권성민 지음 / 해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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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이라도 자취를 해본 적이 있다면 혼자서 모든 일을 챙겨야 한다는 것이 만만치 않다는 걸 깨닫게 된다. 집안일은 온전히 내 몫이 되고 매 끼니를 챙기는 것부터 빨래, 설거지, 청소, 먹을거리 구입 등 반복적으로 할 일이 많아진다. 하지만 정신적으로 더욱 단단해지고 자립심이 강해지는 나를 보며 세상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 나라는 존재가 욕망하는 것은 무엇이었는지 들여다보게 된다. 소비 지향적인 사람인지 검소하게 사는 사람인지 알고 나면 그 어떤 환경도 두렵지 않다. 어떻게든 살게 되어 있고 이제까지 모르고 살았던 재능도 발견하는 계기가 된다. 내 의지대로 생각하고 생각대로 산다는 것은 즐거운 경험이다. 이제부터 진짜 내 인생이 펼쳐지는 순간의 희열은 짜릿하게 다가온다.


아직도 가을밤 바람을 타고 들어오던 신선하고 맑은 공기를 마셨을 때 그 행복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별거 아니지만 내만의 공간이 생겼다는 사실은 나를 한 단계 성장시켜 주었다. 지루하다 못해 나른함이 밀려오는 오후에 꿀맛 같은 낮잠은 왜 그리 달콤한지.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면 깊은 상처로 아파했던 마음이 아물고 치유됨을 느낀다. 내 두 발로 딛고 이 세상과 대면하는 순간이다. 자취하는 사람이 일상에서 겪는 에피소드들은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어서인지 읽기 편했다. 아 그런 것도 경험했구나 하며 혼자 자취하다 보면 별의별 일을 다 겪는구나라는 생각도 들면서 일단 책이 술술 읽힌다는 점이 좋았다. 남자이지만 생 긴 머리를 하고 다니는 예능 PD라니 특이하긴 하다.


제목만 보면 대도시 서울에 살면서 혼자 방에서 생활하는 자에 대한 쓸쓸함이 밀려온다. 힘든 하루를 끝내고 편안하게 발 뻗고 쉴 수 있는 공간, 그 방에 살며 내일을 꿈꾸는 사람들의 삶이 있다. 내 결정에 의해 집을 가꾸고 나를 가꾸는 건 큰 행복감을 준다. 타자를 의지해서 살아가지 않기 때문에 일말의 후회도 경험으로 환원된다.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엿듣는 기분으로 읽다 보면 조바심을 내지 않게 된다.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으며 모든 것을 충족시키지 않아도 내가 만족하면 그만이다. 자취할 때 며칠 동안은 실감 나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누구의 간섭을 받지 않고 내 힘으로만 살아간다는 건 무엇으로부터 바꿀 수 없는 경험이었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크지 않지만 온전히 숨 쉬고 꿈꿀 수 있는 작은방 하나가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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