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름길을 두고 돌아서 걸었다 - 마흔 넘어 떠나는 혼자만의 여행
박대영 지음 / 더난출판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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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마흔이 넘어서야 서서히 인생길이 보이기 시작했던 걸까? 저자는 전국 각지에 아름다운 길을 걸으면서 지나온 삶을 반추하며 인생을 알아가기 시작한다. 우리가 무엇을 이루기 위해 경쟁하듯 바쁘게만 살아오면서 잃어버린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지 짚어본다. 혼자 여행을 다니다 보면 사색할 기회가 많아진다. 홀로 누리는 자유로운 시간에 저 멀리 보이는 눈부신 풍광을 바라보며 덧없는 인생길에 나를 억누르던 욕망을 하나씩 길가에 내려놓는다. 지름길로 가면 남들보다 빠르게 앞질러 가겠지만 천천히 걸을 때만 보이는 주변에 꽃과 나무는 그저 스치는 그림일 뿐이다. 느리게 천천히 걸어가도 괜찮다. 더디지만 우리가 가는 방향이 맞는다면 주위를 둘러보면서 여유를 즐길 줄 알자.


이 책에서 소개된 길들은 모두 걸어봐야 할 길들이다. 남한산성 둘레길, 수원 화성 성곽길, 문경새재 과거길 정도 내가 걸어봤던 길이지만 그 외에는 가보지 못한 길이다. 자연과 함께 어우러진 길을 거닐 때면 마음은 한결 가벼워지고 등에 짊어진 짐이 없어서 호젓한 기분마저 든다. 지나와보면 내가 얼마나 멀리 걸어왔는지 아득해질 때가 있다. 길흉화복, 세상만사가 시간이 흘러가면 자연스레 지나가게 되어 있다. 세상의 이치는 자연과 닮아서 욕심을 내려놓을수록 보이는 것들이 많아진다. 세상을 이롭게 하지 않는 일들은 다 부질없다. 둘레길을 걸어보니 결국 남는 건은 정신과 육체밖에 없다. 하염없이 땀방울이 볼을 타고 흘러내리기 시작하면 내가 살아있는 것이 느껴진다.


힘들면 한숨 돌릴 겸 잠시 쉬어가도 좋고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다. 나올 때 잠시 귀찮았던 마음도 나와서 걸어보면 확실히 한결 나아진 기분이 든다. 내 두 발로 내딛는 걸음마다 다 역사이며, 다시 오지 않을 추억이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욕심을 버려놓게 된다. 넓은 품으로 안아주는 자연과 함께하는 삶은 그래서 행복하다. 많은 것을 두 손에 쥐어 보지는 못해도 모든 것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진정한 삶이 시작되는 것이다. 젊었을 때는 그저 한걸음 내딛는 순간들이 두려움과 낯선 설렘이 함께 교차하지만 점점 두려움보다는 익숙함이 자리 잡고 낯선 설렘보다는 자연의 순리대로 사는 것이 편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지면 책에 소개된 길을 걸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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