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를 생각한다
존 코널 지음, 노승영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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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버스를 타고 어느 외진 시골길로 들어서면 열린 창문을 타고 소똥 냄새가 후각을 자극하며 파고든다. 근처에 축사가 여럿 있다는 증거이며, 제법 큰 축사에서는 소들을 풀어 마음껏 풀을 뜯어 먹게 한다. 어느 농장에서는 옹기종기 모인 소들이 낯선 사람들을 경계하며 쳐다보는데 표정이 참 순하다. 시골에서 소는 가족처럼 귀한 대접을 받는 동물이다. 농사일을 할 때면 사람을 대신하여 쟁기질을 하는 등 일손 돕는 역할도 척척해낸다. 워낙 사람과 친숙하게 지내다 보니 소를 통해 생명이 순환하는 과정들이 더욱 와닿았던 이야기였다. 이 책은 아일랜드의 작가이자 소 치는 농부의 아들로 자란 존 코널이 직접 농가에서 소를 다뤘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에세이다.


1월에서 6월까지 농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잔잔하게 풀어내고 있는데 키우고 있는 동물이 소뿐만 아니라 말, 양들도 있어서 출산과 양육을 하는 과정도 자세히 소개한다. 150여 마리를 키우기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경제적으로 부족해서 아버지는 목수 일을 하고, 어머니는 유치원을 경영하는 등 농장을 꾸려가기 위해 일을 하면서 보태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농가 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노동 강도가 높고 생명체를 다루는 일이라 여간 많은 신경을 써야 하는 일이다. 그러다 보니 신경이 날선 상태에서 아버지와 다투는 일도 잦아지게 된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마치 시골 어느 가정집에서 농사일을 하는 전과정을 자세히 알 수 있어서 결코 쉽지만은 않은 일이라는 것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오로지 소를 알기 위한 모든 것을 담으려고 했으며 그래서 소의 선조 격인 2미터 거구의 오록스에 대한 이야기부터 소 숭배, 미노스 이야기, 들소 이야기 등 제법 소와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들도 중간중간 실었다. 한때는 귀촌을 꿈꾸면서 자연 속에서 살 생각을 했던 적이 있어서 무언가 반가운 기분이 들었다. 소를 키우면서 생명의 소중함을 알게 되고 정신적으로도 다시 회복되었을 것이다. 땀 흘려 일하면서 고단한 노동의 고귀함을 깨달으며 커다란 성취감도 함께 느꼈다. 이 책 덕분에 워낙 친숙해서 잘 알고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모르고 있던 소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알 수 있어서 좋았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처럼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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