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어라, 내 얼굴 슬로북 Slow Book 4
김종광 지음 / 작가정신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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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20년차에 접어든 소설가가 자신의 일상생활을 탐구하며 쓴 에세이 '웃어라, 내 얼굴'은 편안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소설가의 일상이라고 우리들과 다른 삶을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지극히 평범하고 비슷한 문제로 고민하며 살아간다. 이 에세이는 전적으로 전지적 작가의 시점에서 쓰여서 평소 세상 관심사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엿볼 수 있다. 2018년 동인문학상 후보작에 오른 '놀러 가자고요'라는 소설로 처음 알게 된 작가의 후보작 선정 이유에서 보니 별의별 사연을 구수한 입담으로 풀어내는 재주를 가진 이야기꾼으로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을 이야기 형태로 풀어내는 데 있어서 탁월한 필력을 가진 소설가다. 

'웃어라, 내 얼굴'은 글 성격에 따라 4부로 구성하였다. 1부 가족에게 배우다, 2부 괴력난신과 더불어, 3부 무슨 날, 4부 읽고 쓰고 생각하고로 주제에 따른 모음집이라 보면 되겠다. 1부는 소제목 그대로 가족과 부대끼면서 겪는 글쟁이로서의 자신의 경제적 상황과 남편이자 아빠로서의 위치 등 고스란히 저자의 사연을 들을 수 있었다. 아무래도 글만으로는 아이와 함께 가족이 생활하기엔 생활이 빠듯할 것이다. 특별히 많이 쓴 것도 없는데 지난 달보다 많이 나온 전기, 가스비에 놀라고, 줄일 수 있는 것을 줄여봐도 호환마마 무서운 건 물가 상승인가보다. 그래도 하나밖에 없는 다섯 살 된 아이를 위해서 같이 큐빅을 같이 즐기며 함께 보내는 시간을 갖으려 하는 작가는 다정한 아빠다. 

2부에서는 세상의 이러저러한 일, 특정 사물에 얽힌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언제쯤이면 '즐길 준비만 되어 있다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투정 부리지 않을 만큼은 철이 들지 않았을까'라는 저자처럼 덜 철이 들면서 세상을 즐기며 살아갈 수 있을까? 마치 세상 일은 다 안다는 듯 평가를 늘어놓고 잰 듯 사는 삶도 피곤할 것 같다. 3부는 알다시피 무슨무슨 날에 대해 평소 저자가 어떻게 생각했었는지를 늘어놓는 장이다. 결혼하고나면 유독 챙겨야 할 기념일들이 많다. 결혼기념일, 부부, 친척의 생일과 경조사, 14일마다 지정된 OO데이, 달력에 표시된 기념일 등 챙기지 않으면 섭섭하고 주머니 사정 빠듯한 살림에 일일이 다 챙기자니 가벼워지는 살림이 안타깝다.

4부 읽고 쓰고 생각하고는 1~3부는 다르게 자뭇 진지한 글이 포진되어 있다. 작가로서 자신이 갖고 있는 현실적인 고민과 문학적으로 작품에 대한 생각들이 담겨 있다. 저자는 글쓰기를 통해 스트레스를 푸는 무릉도원과 같은 세상을 꿈꾼다. 유독 책에 대한 평을 다룬 글이 많은데 그 중에서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보면 다음과 같다. '좋은 생각을 하기 위해서는 책을 읽어야만 한다. 책을 많이 읽으면 성공한 사람이 될 수는 없어도 생각 좀 하고 사는 사람이 될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 영상, 미디어에 빠진 요즘 세대는 책을 잘 안 읽는다고 걱정이 많다. 책이야말로 사람이 사람답게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이끄는 훌륭한 매개체다. 우리가 글을 왜 써야하는가? 좋은 글이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 저자 또한 좋은 글만을 엄선하기 위해 20년 동안 쓴 1,500여 개의 산문 중에서 고르고 골라 세상에 선을 보인 산문집에서 밝혔듯 좀 더 많이 웃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무리 세상이 삭막하고 삶이 팍팍하다고 하지만 오늘을 살아내는 우리들의 시간들이 행복하고 즐거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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