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죄
존 위티 주니어 지음, 정두메 옮김, 김형태 감수 / 한길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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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아버지의 죄 by존 위티 주니어

~뿌리깊은 가부장제를 유지하는 나라 중 한 곳인 대한민국은 혼인 중 출생아와 혼인 외 출생아에 대해 차별이 존재했었다.
최근에야 엄마의 성을 따르는 것이 가능해졌지만, 오랜 시간 아빠의 성을 받는 것이 기본이었던지라 정식 결혼한 남편이 없는 미혼모의 자식들은 다른 곳에서 성을 받아와야 했다.
그런데 이런 차별이 비단 동양권에서의 일만은 아니었다.

법과 종교를 연구 해 온 이 책의 저자는 서양 문화권이 얼마나 오랫동안 종교적으로, 법적으로 혼외자들을 차별해왔는 지 밝힌다.
우리가 아는 종교는 약자를 돕고, 너그럽고, 관대하다는 이미지를 주지만 실제로는 기나긴 시간동안 인간을 가장 억압해 온 것이 종교였다. 과거, 왕보다 권력이 더 강했던 교황은 종교의 이름으로 인간들을 규율 속에 넣고 관리했었는 데, 그 중 하나가 혼외자에 대한 차별과 처벌이었다.

지금의 도덕적 기준으로 보자면, 혼외자가 태어나게 된 원죄는 정식 혼인관계가 아닌 데도 아이를 가진 성인남녀의 죄여야 한다.
그러나 종교적 기준에서 '아버지의 죄는 곧 아이의 죄' 였고, 그저 태어났을 뿐인 아이의 삶은 온갖 차별로 인해 고달펐다. 마치 노예제 하에서, 노예의 자식이 태어나자마자 노예인 것과 같은 벗어날 수 없는 낙인이었다.

그들이 주장하는 종교적 기준은 아브라함과 하갈의 사생아인 이스마엘이 내쫒긴 이야기에서 온다. 이야기 자체에서도 이스마엘이 안타까운 처지이지만 그것이 그들이 혼외자에게 저지르는 박해에 정당성을 준다고 해석했다.
심지어 아우구스티누스는 “간음을 통해 태어난 자뿐만 아니라 혼인 내에서 태어난 자도 두 번째 아담인 그리스도 안에서 다시 태어나지 않는 한, 첫 아담의 원죄 아래 태어난 죄인" 이라고 할 정도였다.

종교적 해석으로 시작된 차별은 긴 시간동안 이어지며 법과 함께 더 엄격해진다. 혼외자는 성적 죄악의 영원한 증거가 되었고, 부모에게 어떤 지원도 받을 수 없었으며 상속과 직업의 권리조차 박탈당했다.
이러한 차별은 18세기에 들어서야 조금씩 덜 해졌고, 미국의 경우는 1940-1970 년 즈음 겨우 유산상속이 가능한 수준이 되었다.

차별과 억압의 기간이 무려 2000년이며, 그 시간동안 부모의 죄를 자식에게 전가해 체계적으로 차별과 박탈이 행해졌다는 것은 꽤나 충격적이다.
그들은 종교라는 믿음의 이름으로 혹은 제도라는 법의 이름으로 혼외자들의 인권을 짓밣고 권리를 무시해왔는 데, 이는 사실 기득권을 가진 이들이 자신들과 조금이라도 다른 이들을 배척하여 자신들의 소유를 더 공고히 하려 했던 결과물이다.

이에 저자는 "죄 지은 부모는 있어도, 죄를 가지고 태어난 아이는 없다" 라고 말한다.
결혼제도 하에 태어난 아이들이 가장 안정적인 환경에서 성장한다는 데에 이견은 없다. 그러나 원치않은 상태에서 혼외자가 된 아이들이 죄가 없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작은 차별들이 없어져야 큰 차별들도 없어지고, 인식의 전환도 생겨난다. 아직도 알게모르게 유지되고 있는 법적, 제도적, 정신적 차별과 편견이 존재한다면 하루빨리 없애고 수정해서 죄없이 고통받는 아이들이 더이상 없어야 할 것이다

@hangil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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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길사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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