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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시체가 보고 싶은 날에는
구보 미스미 지음, 이소담 옮김 / 시공사 / 2025년 4월
평점 :
#도서협찬. 당신의 시체가 보고 싶은 날에는 by구보 미스미
~'시체'가 들어가는 제목도, '자살 명소' 라는 배경공간의 소개도 으스스하지만 실은 삶과 인간에 대한 간절함과 사랑이 느껴지는 책이다.
'자살명소' 로 이름난 낡은 아파트 단지에서 태어나 15년간 줄곧 살고있는 미카케는 세살 때 아빠가 죽고, 열살 때는 언니와 함께 엄마에게 버림받은 이후로 살아있는 인간이 더 무섭다고 느끼며 살아왔다.
어릴 때부터 천식을 앓아 몸도 약한데다 학교공부도 쉽지않아 친구도 잘 만나지 못하는 미카케에게는 자신을 위해 밤낮으로 애쓰는 언니만이 유일하게 마음을 여는 상대다.
오갈 데 없는 이들이 모여 살고, 자살명소라고 까지 소문난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의 삶도 미카케 자매와 별반 다를 건 없다. 그저 막다른 인생들끼리 언제 죽을 지 모르는 마지막을 보내는, 죽음의 냄새가 그득한 곳일 뿐이다.
어느 날, 미카케는 단지 경비원이라고 하는 젠지로 할아버지를 만나게 된다. 할아버지는 미카케에게 함께 경비일을 하러가자는 제안을 하는 데, 갑작스런 상황에 미카케는 할아버지가 치매인가 의심도 하지만 결국 자신의 이름이 적힌 배지를 받아든다.
그것은 미카케 인생에 주어진 첫번째 임무였다. 지금껏 투명인간 같은 삶을 살아온 미카케에게 이 일은 새로운 탄생과 같았다. 더이상 미카케는 있으나 마나한 존재가 아닌 아파트 사람을 돕고 보살필 수 있는 사람, 꼭 필요한 사람으로 다시 태어났다.
할아버지와 함께 아파트 단지를 다니며 미카케는 자살은 시도하려는 사람을 만나고, 보살핌 받지 못하는 아이도 만난다. 힘없는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살아있는 지 확인하고 빵을 건네며 미카케의 갇혀있던 세상도 점점 넓어지고 빛나기 시작했다.
이제야 살아갈 이유를 알기 시작한 미카케에게 아파트 단지를 철거한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들리고, 미카케에게 새 삶을 준 젠지로 할아버지도 떠난다.
시체를 보고 싶다던 미카케가 이 위기를 이기고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이 이야기는 미카케의 시선으로 진행되지만, 나는 미카케 뿐만 아니라 언니 나나미의 고달픈 삶에도 마음이 아렸다. 아픈 동생까지 건사해야하는 가난하고 힘없는 나나미에게는 인생에서 선택권이라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지금도 어딘가에는 막다른 곳에 몰린 채, 삶의 마지막 카운트다운을 세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누구보다 삶을 열망하지만 세상은 자꾸만 그들을 등 떠민다.
젠지로 할아버지가 나눠 준 작은 관심만으로도 새 삶을 얻을 수 있지만 그런 관심조차 못 받고 작별을 고하기도 한다.
여러모로 마음 아프고 생각이 많아지는 책이었다.
미카케가 작은 배지 하나로 다시 태어날 수 있었듯, 그런 마음들이 더 널리, 많은 이들에게 보낼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게 된다.
@sigongsa_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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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공사 출판사에서 도서를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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