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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데란 ㅣ 미래의 문학 11
데이비드 R. 번치 지음, 조호근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25년 2월
평점 :
#도서협찬. 모데란 by데이비드 번치
~<모데란>은 과학과 영문학을 공부한 작가 데이비드 런치의 sf단편소설 모음집이다.
그가 sf 작품활동을 시작한 50년대 부터 이 책이 출간된 70년대 초반까지 전 세계는 냉전의 광풍이 휩쓸며 많은 이들이 미래세계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던 시기였다. 그는 조지오웰의 <1984>, <동물농장> 이나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같은 작품들을 보며 디스토피아적 세상에 대해 떠올렸을 것이다.
그리고 그가 생각해낸 최악의 세상은 <모데란> 에서 여실히 표현되었다. 상상은 하되 현실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단편집 <모데란>은 각각 길이가 다른 글들이 모여 하나의 주제를 보여주는 구성이다. 그리고 각 글들은 총 4부로 분류되어 1부 태초, 2부 모데란의 일상생활, 3부 종말의 전조, 4부 종말 이후의 외전으로 챕터처럼 나뉘어져 있다.
정보없이 책을 보는 이라면 긴 장편소설이라고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모든 내용이 하나로 이어진다.
글 안에는 그가 느끼는 미래사회에 대한 불안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야기는 모데란의 후손이 고대 모데란에 대한 기록이 담긴 테이프를 통해 그 시대를 돌아보는 형태로 시작하는 데, 이런 기법이 영화 "혹성탈출" 의 마지막 장면을 떠올렸다. 다른 행성인 줄 알았으나 사실은 망해버린 지구였다는 마지막 메세지처럼, 고대 모데란은 지금의 지구일지도 모른다.
글의 화자는 서론에서 <주름도 처짐도 없는>, <그날, 나비는 독수리만큼 컸다네>, <새 왕은 웃음거리가 아니니>, <신 금속 애인의 시간> 등 몇몇 글을 직접 언급하며 자신의 생각을 덧붙힌다.
데이비드 런치가 자신의 글에 대해 주석을 달듯 이렇게 해석하고 이해해보라고 마치 가이드를 제시해주는 듯 했다. 이는 독자들이 그의 글을 곡해하지 않고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꼭 알아주기를 바라는 의도이다. 서론을 읽은 이상은 화자가 말한 내용들이 먼저 머리에 떠오르기 때문이다.
모든 디스토피아 소설이 그렇듯 모데란의 세상도 섬뜩하고 기괴하다.
아니 이 세계는 기존에 보았던 모든 디스토피아 세계의 놀라운 점들을 하나하나 모아놓은 것처럼 단편마다 서술해 놓는다.
핵전쟁과 환경오염, 플라스틱이 가득찬 세상은 파괴되고 위험하며 기계를 고치는 기계가 있을만큼 인간도 등급화되어있는 세상에서 인간의 가치는 흐려져있다. 남성중심의 사회, 전쟁만이 목표인 사회에서 인간만이 느끼는 무수한 감정들도 무의미하다. 세상이 험혹한 것은 외부적 요인보다 인간자체가 가치없어졌다는 것이 가장 크다.
그래서 책을 보는 내내 침울해졌다. 도저히 그 세계에서는 미소조차 지을 수 없었다. 책을 덮자, 유달리 땅의 흙들이 소중하게 여겨졌다. 흔하디 흔한, 그래서 늘 보던 있는 그대로의 자연이 더욱 아름다워보였다.
책을 통해 잠시나마 들어가 본 세상임에도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 내가 사는 세상에서 오래오래 풀과 흙을 보며, 내 사랑하는 사람들과 웃고 즐기는 시간을 누리고 싶은 마음이 더욱 간절해진다.
@hdmh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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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문학 출판사에서 도서를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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