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살면서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소중한 사람을 잃는 것이다. 그 순간은 나의 삶의 의지까지 내려놓게 되기에 평생 겪지 말아야 할 일 중 하나이다. 그 염원은 너무 강력해서 기적을 이뤄낼 수도 있다. 모토미야는 반 친구들보다 한 살이 많고 혼자만 기름처럼 떠있는 학교생활을 한다. 그저 그림그리는 것만이 낙이다. 모토미야에게는 아픈 과거가 있다.엄마는 일찍 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아버지는 그 슬픔에 집을 나가는 바람에 여동생은 조부모님이 데리고 가서 현재 혼자살고 있다. 그래서 주변의 눈길은 모토미야른 불행을 부르는 악마, 역귀라고 여겼고 본인도 그런 생각에 빠져있다. 어린 소년이 무엇을 잘못 했다고? 어느 날 전학생 미나세 유에와 밤에 미술실이 갇히는 일이 생긴다. 미나세는 모토미야처럼 혼자 살고 모토미야의 그림에 관심도 있다. 모토미야의 흑백 그림속에서 색을 읽고 눈물을 흘리는 미나세는 신비로운 소녀다. 그러나 미나세에게도 아픈 과거가 있었다. 미나세는 유명한 화가 유월이고, 돈에 눈이 멀어 딸에게 그림 그리기만을 강요한 부모로 인해 미나세는 색을 잃는 병에 걸렸다고 한다. 이 어린 소녀는 왜 이리 아파아 했을까? 인생은 종종 예상치 못한 불행을 줄 때가 있다. 그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닌 그저 길가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는 것과 같다. 그러고는 다시 일어설 기회를 주기도 한다. 그 찰나의 순간에 평생 기억에 남는 인연, 귀인이 찾아온다. 미나세와 모토미야는 서로가 서로에게 그런 존재였다. 가족도 멀어져 혼자인 순간, 오히려 잘 모르는 이가 더 편하게 자기 이야기를 하고 마음을 줄 수 있는 건 동질감 때문이었을까? 아직 어린 소년소녀가 겪은 일들에 마음이 아프다.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 떨어진 것 처럼 거친 모랫바람으로 쓰러질 것 같은 순간, 손을 잡고 일으켜 주는 누군가가 있어 우리는 다시 일어선다. 주변에서 받은 상처로 역귀가 된 소년과 투명해져 버린 소녀는 서로를 의지하며 모랫바람을 버텨낸다. 이제 그들은 더 단단해졌고 강해질 것이다. 설사 더 큰 바람이 불어와도 달과 태양은 더이상 지지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