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살면서 나는 몇번이나 선택의 기로에 놓였던가? 삶 전체를 가를만큼 기억에 남는 큰 선택도 있고, 짜장 짬뽕처럼 작은 선택도 무수히 많았다. 가보지 않은 길은 언제나 미련이 되어 남는다. 잊은 듯 했다가도 슬그머니 한번씩 떠오른다. 그때 그랬다면 어땠을까? 한때, 문학상을 받으며 멋지게 데뷔한 작가지만 이제는 이 길을 가는 게 맞는 지 회의가 드는 무명의 작가가 있다. 그에게는 긴 시간, 연애한 여자친구도 있지만 결혼으로 이어지지도 않는다. 그의 삶에서 똑 부러지는 건 하나도 없다. 어느 날, 그에게 소설 같은 일이 일어난다. 가보지 않은 길을 가 볼 수 있는 12번의 기회! 그것도 마동석 같이 생긴 사람이 나타나 말하니 꿈인지 생시인지도 헷갈린다. 그 기회를 이용해 자신의 소설을 쓰듯, 삶을 새롭게 구성해본다. 작가가 되지 않고, 일찍 결혼하여 사는 삶은 어떨까? 아빠라고 부르는 아이와 함께 교회를 가는 지극히 평범한 그림속의 자신이 그려진다. 돈도 제법 있다. 그런데 딱히 좋은 남자같지는 않아 보인다. 이야기는 다른 시간, 다른 세계들을 오가며 진행된다. 이 세계의 나와 저 세계의 나는 다르다. 사고방식과 정체성도 달라져 옳고그름에 대한 판단도 잘 서지 않는다. 게다가 예상치 못한 사건사고까지 몰아친다. 이쪽 세계에서 가진 것은 저쪽에선 가지지 못하고, 이쪽에서 못가진 걸 저쪽 세계에선 가지고 있다. 자! 이제 선택의 시간이다. 어느 쪽을 선택해야 찬란한 선택이 될까? 인간은 항상 자신이 선택하고 남탓을 한다고 한다. 책임은 언제나 자신의 몫인데도 시작부터 도망갈 구멍을 만들어 놓는다. 그러나 스스로는 안다. 그것이 자신의 선택이고 그 선택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어느 길을 가든 꽃길만 있는 것이 아니기에 후회는 늘 따른다. 그렇다면 상상하고 고뇌할 시간에 지금 내가 사는 시간, 이 세계에서 나와 나의 사람들에게 좀더 충실한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