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해피' 벌쓰데이 인데, 전혀 해피해보이지 않는 표지와 이야기 전개다. 세상사가 다 아이러니 한 것처럼 말이다. 기러기 엄마 하윤의 차와 교통사고가 난 나한은 기억을 잃고 그녀의 인쇄소에서 일하며 지낸다. 그저 1991년생 김나한 신분증 하나 들고, 기억도 갈 곳도 없는 나한은 의지할 데라고는 하윤 뿐이고 그들은 그렇게 남들 눈에 불륜같은 시간을 보낸다. 그즈음 필리핀에서 지내던 하윤의 남편은 하윤의 불륜을 의심하며 사설탐정에게 뒷조사를 의뢰한다. 어느 날, 나한이 인쇄소 뒷골목에서 버려진 시체를 발견하자 이제는 나한도 하윤도 잃어버린 나한의 진짜 정체가 궁금해진다. 아버지와의 불화, 조현병 등등등등 조금씩 드러나는 1991년생 김나한의 정체는 사실일까? 1999년 중학생인 성재는 생일 날, 엄마 아빠가 살인자에게 살인당한 것을 목격하고 살인자를 피해 숨어 지낸다. 자신을 거두어 준 김 노인이 괴한의 습격으로 죽던 날, 성재도 그 괴한을 죽이고 살인자가 되고 만다. 나한과 성재는 무슨 연관이 있는 걸까? 시체가 된 나한과 시체를 발견한 나한은 누구일까? 신이 있다고 믿지만 간혹 없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 소설을 보면 더욱 그렇다. 아무 힘이 없는 소년이 겪어야 했던 수많은 일들, 그리고 그 일로 인해 본인조차 어둠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현실을 보며 어디까지 선이고 악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지금도 어딘가에서는 약자들이 절대악에게 밟히고, 살기위해 몸부림친다면 그들도 악이라고 불린다. 신 조차 방임하여 놓친 불우한 인간들을 인간이 만든 법은 얼마나 공정할 수 있을까? 정의의 기준은 무엇인가? 많은 생각이 들어 좀 우울해졌다. 적어도 생일에는 모두가 '해피' 할 수 있는 세상이 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