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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영혼의 편지 - 고흐의 불꽃같은 열망과 고독한 내면의 기록, 출간 25주년 기념 개정판 ㅣ 불멸의 화가 고흐의 편지들
빈센트 반 고흐 지음, 신성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12월
평점 :
내가 제일 좋아하는 그림 중 하나가 고흐의 '꽃이 활짝 핀 아몬드 나무' 이다. 내 눈에는 해바라기 보다 아몬드 나무가 더 아름답다.
평생의 소울메이트이자 후원자였던 동생 테오는 아들의 이름을 형의 이름으로 지었고, 고흐가 조카의 탄생을 축하하는 마음으로 그린 그림이 바로 이 아몬드 나무이다.
그래서 다른 고흐의 그림에 비해 희망차고 밝은 것이 특징이다.
형제사이가 이렇게 애틋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고흐와 테오의 스토리는 아름답다.
고흐는 생전에 668통이나 되는 편지를 테오에게 보냈다고 한다. 이 책은 일부 다른 편지들도 있지만 대부분, 그들 형제의 영혼이 담긴 편지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들은 끊임없이 인생과 그림에 대해 대화하고 정서적 교류를 한 영혼의 동반자였다.
고흐가 화가공동체에 대해 구상했을 때도 경청하고 지원해 준것도 테오였다. 그러나 모든 이들이 테오처럼 그를 이해하고 수용하지는 않았다. 함께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하면 좋을 것 같았던 고갱과의 관계가 극한으로 치달은 이유도 그랬다.
이 글들은 고흐그림의 문자버전이라고 볼 수 있다. 이 편지들을 통해 우리는 고흐그림의 세계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데, 예술가가 자연과 저항한다고 하는 표현은 인상적이었다.
자연이 주는 신비로움을 화폭에 담고 싶지만 자연은 쉽게 잡혀주지 않는다. 마치 셰익스피어의 말괄량이 길들이기 같다고 말한다.
그는 색채, 명암, 인물화와 유화를 그릴 때 느낀 감정들에 대해서도 쓰는 데, 그림을 그리며 익히고 깨닫는 모든 과정을 편지라는 형태로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평생 그림을 단 한점 밖에 팔지 못한 고흐는 그럼에도 늘 자신을 믿고 돕는 동생에게 미안하고 부끄러웠으리라. 역사에 만약은 없지만, 고흐의 그림이 생전에 많이 알려졌더라면 어땠을까? 상상해본다.
아몬드 나무의 꽃처럼 자란 조카에게 그림을 가르쳐주며 테오네 가족과 빛나는 여생을 보낼 수도 있지 않았을까?
우리는 지금 고흐가 고통스런 삶과 바꾼 그림을 감상한다. 왜 예술은 한 인간의 고통을 딛어야만 번성할 수 있는 것인지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