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들이 서로 갈라져 싸우는 것을 보는 데 지친 요즘, 이 책의 내용은 꽤나 뭉쿨하게 다가온다. 같이 싸우던 지구인과 외계인도 우정을 나누고 그 이상의 사랑을 베푼다는 내용이 비현실적이면서도 그런 세상을 꿈꾸게 된다. 지구인은 드랙 종족과 전투중이다. 드랙 종족은 한 몸에 남녀의 생식기관이 있는 모두 있는 양성체이고, 두꺼비같은 얼굴에 노란 피부, 노란 눈을 가지고 있으며 손가락은 세개다. 지구인 데이비지는 드렉을 몹시 싫어했지만 전투 중, 무인 행성에 떨어지고 거기서 알게 된 드랙 쉬간과 서로의 생존을 위해 합심하게 된다. 서로의 세계의 특성을 이야기하고 다른 점을 받아들이며 점점 친밀해진다. 데이비지는 드렉의 언어도 배운다. 그러나 양성체인 쉬간은 임신중이었고 아이를 낳다가 죽게 된다. 데이비지는 죽은 동료에 대한 의리와 외로움으로 아기 자미스를 열심히 키우고, 자미스는 데이비지를 삼촌이라 부르고 따른다. 종족도 아니고 혈육도 아닌 이 두 생명체의 우정과 마음은 눈물겹다. 데이비지는 인생을 통틀어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자미스는 더 크면 자신의 4번째, 5번째 손가락도 삼촌처럼 생기는 것인지도 궁금해 한다. 자미스가 무럭무럭 자라 쉬간보다 더 커지고 떠나보내야 하는 모습은 마치 부모가 장성한 자식을 독립시키는 모습같다. 이렇게 애정을 가지고 잘 살 수 있는 데, 애초에 인간족과 드렉족은 왜 싸웠던 걸까? 영화로도 만들어졌다는 이 소설은 무척 감동적이다. 서로가 다르다는 이유로 가진 편견의 벽이 무너지면 어느 누구보다도 진한 우정과 사랑을 나눌 수 있다. 오히려 같은 종족들끼리 더 경계하고 꺼리는 모습이 아이러니하기 까지 하다. 다르다는 것은 가까워지는 데에 장애물이 아니다. 가장 큰 장애물은 꽉 닫히고 이기적인 마음들이다. 그 마음들이 녹아내릴 때,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이고 느껴진다. 마음의 빗장을 조금씩 만 더 열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