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와 달리, 여성의 몸은 일생에서 여러 번 큰 변화를 겪는다. 생명을 잉태할 수 있는 몸이 되고, 생명을 품고, 세상과 만나게 하는 과정을 거치기 위해 여성들은 매달 일어나는 몸의 변화도 감내하며 살아간다. 몸은 정신과 떼어 놓을 수 없기에 그 과정에서 아직 미성숙한 여성들은 극심한 혼란과 불안을 느낀다. 요즘은 초경을 축하해주는 분위기가 생겼지만 이전에는 초경의 첫 기억이 두려움과 부끄러움이었다. 겨우 초등학생 나이의 여아들은 이제 신체적 불편함을 감수하고 조심해야 할일이 많아진다. 그래서 스스로를 감당하기도 어린 나이에 시작된 초경은 우울증을 부르기도 한다. 그것도 모자라 여학생들은 곧 사회적 시선에 맞추어 자신의 몸을 대상화하며 다이어트와 외모에 집착하기 시작한다. 끊임없이 타인과 비교하고 부족한 점만 보이며 자존감도 떨어진다. 운동조차 건강이 아닌 예쁜 몸 만들기가 초점이 된다. 우리 사회의 성교육은 여전히 피상적이다. 20살이 되어도 실제로 아는 것이 별로 없다. 기껏해야 피임에 대한 정보일 뿐, 내 몸을 어떻게 사랑하고 건강한 성관계를 이룰 수 있는 지는 없으니 그저 남성에게 의존하게 된다. 임신과 성관계가 두렵고 피해야 만 하는 것이라는 이미지는 여성들에게 트라우마가 되어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도 즐겁지 만은 않다. 더불어 여성에게만 주어지는 출산과 육아에 따른 고통과 희생의 순간은 행복이 아닌 걸림돌처럼 느껴진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조금 슬퍼졌다. 이미 지나간 나의 시간들이 떠오르며 그때도 누군가가 나의 두려움과 힘겨움을 알아 주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지금도 그 모든 일들은 당연하고, 누구나 겪는 일이라고 치부되어 오로지 여성 혼자 감당해야 한다. 꼭 남성들이 알아주길 바라는 것이 아니다. 여성들 스스로도 자신에 대해 숨기지 말고, 더 많이 알아야 하고, 아끼고 사랑해야 한다. 특히나 아직 미성숙한 소녀들과 이제 갓 여인이 된 스무살들에게 이해의 폭을 넓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여성의 몸이 불편하고 고통스럽다고 느끼지 않고, 숭고하고 자랑스럽다고 느낄 수 있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