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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사적인 미술관: 이건희 홍라희 마스터피스 - 한국 근현대미술사 대표작부터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희귀작까지
권근영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4년 11월
평점 :
이 책을 본다는 것도, 이 책 안에 수록된 작품을 본다는 것도 너무 영광이다.
이건희, 홍라희 전 삼성회장 부부의 컬렉션이 '사적인 미술관' 이라는 이름하에 책으로 출간되었다.
예술에 조예가 깊은 사람들은 어떤 주제로, 어떤 마음으로 콜렉트했을까?
한국 근현대미술사 대표작부터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희귀작까지, 한국 예술의 역사를 볼 수 있는 작품들이 모여 있지만 분명 그 작품들에는 개인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한, 일관되게 흐르는 주제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책을 펼치기 전부터 설레임이 들었다.
그래서 저자는 이를 '아주 개인적이며 역사적인 컬렉션' 이라고 부른다.
서울대 응용미술과 출신인 홍라희 여사는 시아버지 이병철 회장으로 부터 인사동 가서 골동품 사오기 과제를 받곤 했다고 한다.
그 일들을 시작으로, 전문적으로 미술을 공부하고 수집하며 호암미술관 관장까지 하게 되었으니 대단한 안목을 가진 것이 틀림없다. 후에 비디오아트 백남준과 이건희 회장을 연결한 것도 그녀였다.
이 책에는 백남순, 이중섭, 유영국, 이성자, 이배, 박대성, 박수근, 장욱진, 도상봉, 최종태 등의 작품들이 어떻게 부부의 컬렉션에 들어왔는 지 부터 그림과 작품에 대한 배경설명과 지식까지 잘 담겨있다.
시작은 한 개인의 미술품에 대한 조예와 관심이었겠지만, 결과적으로 보아 역사에 남을 예술가들의 작품을 발굴하고 지원하며 보존까지 하게 된 것이니 놀라울 따름이다.
평소에 흔히 보지 못했던 이중섭의 '서귀포의 환상' 을 보며 왜 그를 한국의 반 고흐라고 하는 지도 이해하게 되었고,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 은 처음 보았는 데 인상적이었다.
백자 매니아라는 이건희 회장의 취향도 보았고, 특히 흔히 볼 수 없었던 희귀작품과 당시의 기록사진들은 무척 귀하다. 이 사진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역사다.
나는 예술과 전혀 무관한 인생을 살아왔지만 미술작품 보는 것을 좋아한다. 책에서 느끼는 긴 호흡의 여운을 한번의 시선으로 오래 붙잡아두는 미술만의 매력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예술은 서로 연결되고 영원하다 라고 말하나보다.
책과 예술을 함께 즐긴 오늘은 유달리 가슴이 벅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