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우리에 불을 지르고 - 제4회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우수상 수상작
전강산 지음 / &(앤드)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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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단편영화제 대상까지 수상한 나연의 현재는 일도 없고 남자친구와도 혜어졌다. 꿈을 이루기엔 돈도 마음도 빈곤한 청춘이다.
선배의 권유로 남해의 스마트양돈 농장 다큐를 찍기 위해 한달간 떠나게 된다.
다른 양돈장과 달리 80킬로만 되면 도축하여 질을 높인다는 자부심을 가지 돼지 아빠와 축사의 참기힘든 냄새, 고된 일을 하는 외국인 노동자들, 씨돼지, 새끼돼지의 젖을 먹이는 어미돼지들을 영상에 담으며 돼지 키우는 과정도 듣는다.

가장 원초적인 생명체의 공간.
돼지우리 안에는 본능과 생존만이 남아 있는 전형이다.
발정기가 된 암돼지들은 씨돼지와 짝짖기를 하지만 94번 돼지만은 그러지 않아 인공수정을 했다. 새끼돼지들을 깔아 뭉개죽인 이력도 있는 문제 돼지다. 탈출시도도 한다.

촬영일이 길어질수록 나연은 몸도 아파오고, 시간을 쪼개 일을 잘 해내라고 성화인 대표로 인해 스트레스도 커진다. 사료 2.5킬로를 먹으먼 1킬로의 살이 찐다는 돼지와 비교하며 절반의 성과는 내는 지도 닥달한다.

돼지축사의 모습들은 간혹 tv에서 영상으로 본 적이 있고, 돼지 뿐만 아니라 많은 동물축사들이 경제논리를 따르는 비윤리적인 생산방식을 가진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동물을 생명체로 보느냐? 그저 하나의 생산물인 음식으로 보느냐? 의 차이일 수도 있다.

그러나 94번 돼지는 본능에 충실한 다른 돼지들과 다르다. 그 94번 돼지가 나연과 연계되어 보인다. 탈출을 꿈꾸는 94번은 자신과 같은 삶을 살 새끼를 낳고 싶어하지 않고, 강제로 낳은 새끼들도 죽인다.
나연은 94번을 보며 자신이 떠올랐을까? 그 지긋지긋한 우리를 없애버리고 94번에게도 자신에게도 자유를 주고 싶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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