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초록한 거리를 걷기만 해도 살 만하다고 느껴지는 삶이다. 우리가 매번 지치는 것은 그럴만한 정신적,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인지도 모른다. 이 책은 시집같기도 하고, 에세이집 같기도 하다. 책을 옆구리에 끼고 나가 표지처럼 예쁜 길 어딘가 그늘 진 벤치에 앉아서 읽으면 참 좋을 것 같다. 첫 장의 첫 구절이 마음에 아린다. '왜 빗나가는 날이 없겠습니까' 빗나간다고 뜻대로 안 된다고 자책하는 나를 자책한다. 두번째 장, 첫 구절도 울컥한다. '그렇다. 나는 친구가 없다' 친구를 만들려고 안달하던 시간이 지나고 나니 이제는 혼자있는 시간을 만들려고 안달한다. 대중가요 가사도 시인의 말들도 왜 하나같이 내 이야기 같을까? 시집에 나오는 시인의 과거현재미래 이야기도 내 이야기같다. 어릴 때는 어린대로, 나이들면 나이 든대로 그냥, 그렇게 그냥 내 이야기가 같다. Just! 시인의 생각의 흐름은 어디로 튈지 모른다. 사월이 풍선이고, 스물두살 아픈 엄마를 간호하던 때와 2024년 0시축제도 공존한다. 대중 목욕탕에서 갑자기 생각난 제라늄은 그 시절 왜 그렇게 미워했던가? 시인은 무언가 하나를 보면 10가지가 떠오른다. 그 10가지는 백가지, 천가지 이야기를 가져와 풀어 놓는다. 그저 좋은 날, 좋은 길을 걷기만 해도 떠오르는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있어 좋다. 그렇게 오늘도, 내일도 풍성한 느낌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싶다면 걷자. 그 길에서 많은 것들이 떠오르고 생각날 것이다. Just Walk 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