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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일 수 있다면 - 제1회 현대문학*미래엔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임고을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11월
평점 :
영하221도 봄날이 왔다.
지구에 난리가 나기 두달 전,
서진과 서리 자매와 할머니가 이사온 곳은 순식간에 살아있는 모든 것을 얼어붙게 한 세상에 철저히 준비된 곳이었다.
체온유지 수트, 유리온실, 에너지바, 로봇진료실, 해동기 등등, 할머니는 어떻게 미리 알고 준비했을까?
지구가 언 지, 6개월이 지났다.
서진은 다른 사람을 녹이려다 자신이 얼어버린 태리를 녹이러 갔다. 엄마도 아빠도 할머니도 심지어 서리도 서진만 남겨두고 떠나버렸다.
그런데 서진이 녹인 건, 서리의 친구 혜성이었다. 이제 혜성과 서진은 함께 서리를 찾는다.
인간들이 언젠가는 이 지구를 기후위기에 빠트릴 것이라는 두려움은 항상 있어왔다.
그런데, 기후위기가 와서 세상이 꽁꽁 얼어버린 것보다 더 무서운 세상에 사는 경우도 있다. 어쩌면 진짜 무서운 것은 기후가 아니다.
서리는 계속 잠만 자는 서진이 안쓰러웠고 서진이 두려워하는 세상과 사람에게 화가났다. 잠만 자며 현실도 돌아오지 않는 서진은 얼음인간과 다를 바가 없었다.
결국, 원래의 삶으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자신을 꽁꽁 감싸고 있는 얼음같은 틀을 스스로 깨야만 한다. 두렵던 존재가 더이상 두렵지 않은 존재가 되었을 때, 그제서야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
그리고 죄를 지은 이는 그에 맞는 죗값을 치뤄야 하는 것이 이치다.
간혹, 세상의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때도 있고, 싫어하는 누군가가 영영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하는 순간이 있다.
이 책은 그런 평범한 인간들의 상상을 실현시켜 주는 또 다른 상상이다.
온통 얼어버린 세상에 시간은 멈춰있고 인간들은 다 얼어버렸지만 내가 녹이고 싶은 사람만 녹일 수 있는 능력이 내게 있다.
만약 그런 순간이 온다면, '녹일 수 있다면'
당신은 누굴 녹일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