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어느 순간, 우리 일상 깊숙히 스며든 배달문화를 소재로 한 추리소설이다. 배달 라이더 종일이 주인공이라 그런지 제목도 추리의 민족이고, 표지에는 범인은 여기요 가 쓰여 있다. 등장인물들의 이름은 각 캐릭터를 대변한다. 온종일 일하는 온종일, fm으로 살며 현실적인 정정석, 경찰공시생 오지랖퍼 진순경, 하염없이 다정한 한다정까지. 하루하루가 고되고 희망없는 미래의 젊은이들은 결혼을 꿈꾸는 것도 사치다. 종일의 그 마음이 다정을 아프게 했고 결국 이별을 통보받았다. 마음을 추스르지 못한 어느 날, 종일은 다정의 집으로 닭발 배달호출을 받고 달려가는 데, 낯선 남자의 팔이 음식을 들고 들어간다. 그리고 다정이 회사에 휴가간다는 메세지를 남겼으며 갑자기 원룸의 방도 빼고 이사한다는 소식도 듣는다. 다정의 것이라고 하는 낯선 글씨와 말투,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이상한 행보! 걱정스런 종일과 정석, 순경의 어설픈 추리가 시작되고 급기야 납치를 의심한다. 배달 라이더라는 직업은 세상 이곳저곳을 다닌다. 모든 곳에서 그들을 호출하면서도 사람들은 자기만의 성을 쌓고는 그들을 환대하기도 하고 홀대하기도 한다. 제대로 된 집 하나없이 고시원과 원룸을 전전하는 가난한 젊은이들도 자기만의 성을 만드는 미래를 꿈꾸지만 쉽게 용납되지 않는다. 오히려 시련을 안긴다. 좋아보이는 사람들이 좋은 사람인 것도 아니고 나빠보이는 사람들이 나쁜 사람인 것도 아니다. 별볼일 없어 보였던 우리의 추리의 민족 3총사는 예상외의 곳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큰 일을 해결하기 까지 한다. 3개의 프롤로그와 3개의 에필로그까지 짜임새 있게 구성되어 있어 소설은 무척 흥미진진하고 재밌다. 그러나 내용은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리얼하게 본 거 같아 못내 안타까웠다. 세상은 힘들게 일어서려는 젊은이들에게 가혹하다. 생각지도 못한 사건을 해결하듯 그들이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일을 해낼 수 있을 지 어찌 아는가? 적어도 절망에 빠져 다시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그들을 밀어 버리는 세상은 아니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