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친 곳에 낙원이 있었다 - 고단한 속세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부처의 인생 수업
그랜트 린즐리 지음, 백지선 옮김 / 프런트페이지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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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 라는 말이 있다. 자신의 일을 회피하고 피하면 어딜가도 힘들다는 말일 것이다.
그러나 이 책처럼 속세를 벗어나 부처와 함께 인생수업을 한다면 낙원일 것 같기도 하다.
이 책의 저자는 친구의 죽음 이후, 스마트폰이 터지지 않고 우편물도 46일만에 도착한다는 외딴 숲속사원에서 엄격한 불교의 계율을 따르며 살러갔다.

태국 공항에서 내려 숲속 사원으로 가는 일정은 다소 코믹해 보인다. 아직은 수행자라기 보다는 겉멋든 허당이다. 생각이 깊은 명상하는 남자의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지만 쉽지 않다.
그럼에도 그는 운전사도 혀를 내두르는 '세달이 다른 사원에서의 20년과 같다' 는 숲속사원으로 용감히 뜻을 품고 들어간다.
그러나 웹사이트도 있고, 음식 해주는 사람들도 있으며 외국인을 위한 영어 음차표기까지 된 기도문이 있을 정도로 왓빠나나찻은 국제숲속사원이었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사원생활이 힘겨울만 한데 저자는 각오를 단단히 하고 속세를 떠날 생각을 해서인지 그럭저럭 잘 받아들인다.
그의 행보가 꼭 승려가 되기 위해 큰 깨달음을 얻기 위해 간 것은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현실에서 잠시 도망쳐서 마음을 추스릴 곳이 필요했기에 사원에서 모든 일정들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배우고 깨달음을 얻으려 애쓴다.

책에는 우리가 잘 몰랐던 태국사원 승려들의 생활을 볼 수 있다.
1년에 한번 승려들이 세달간 외출금지를 해제하는 까티나, 앉기만 할 뿐 절대 눕지않는 수행 단좌불와, 탁발순례 등 속세 사람들에게는 고욕으로 느껴지는 일들이지만, 그 옛날 고행으로 깨달음을 얻은 부처처럼 그곳 승려들은 늘 수행하며 지내고 있다.

그의 체험기에는 가식이 없다.
하루빨리 깨닫고 싶어하는 욕심도, 하나 배운 것을 괜스리 떠들어 보는 과시도 인간적이다. 그래도 자신의 변화를 노력하고 기록하는 모습이 멋지고 훌륭해 보인다.
나는 불교의 세계를 잘 모르지만 숲속사원에서 많은 것을 내려놓고 생활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적으로 상당히 성숙해질 것 같기는 하다. 살면서 한번쯤은 저런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그는 도망쳐서 낙원으로 간 것이 아니라, 스스로 낙원을 찾는 여행을 떠난 것이었다.
낙원을 찾고 못 찾고는 본인의 노력에 달렸을 텐데 그는 낙원을 찿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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