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 말실수 - 조선의 역사를 바꾼, 개정판
이경채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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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만약' 은 없다지만, 그럼에도 만약을 늘 생각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그 순간들이 바로 이 책에 나온 '치명적 말실수' 의 순간이 아닐까 싶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지기도 하고 갚기도 하는 데, 그 말이 정치인이나 사회 지도자의 말이라면 타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이 책에는 정도전, 민무구 4형제, 남이장군, 신숙주의 아들 신정, 신수근, 나경언 등의 말말말 들이 어떤 파급효과를 주었는 지 이야기하는 역사서다.

조선을 설계한 정도전은 어찌보면 이성계를 통해 자신이 꿈꾸던 나라를 건국한 사람이다. 그가 설계한 이상적인 국가로 왕이 아닌 신하의 나라라는 이상향은 좋았으나, 그도 인간인지라 평소에 내뱉은 말투와 점쟁이를 불러 들여 왕자들의 사주를 묻고는 지목된 왕자들을 죽여버리겠다고 한 대목은 실수였다. 그가 오히려 이방원에게 죽임을 당한다.
태종 이방원은 여러모로 능력이 출중한 왕이었으나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너무 많은 이들의 목숨을 거두었다. 그중에는 처가쪽의 민무구 형제들도 있었다. 그들은 이방원이 왕위에 오르기 전, 매형처남 관계를 잊지 못하고 계속 무례했던데다 여러가지 비리도 저질렀던 것이다.
조금만 겸손했더라면 왕가의 일원으로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었음에도 오만불손한 언행으로 인해 4형제 모두 목숨을 잃고 만다.

태종의 외증손자로 태어난 남이는 문무가 뛰어나 무과에 장원급제할 정도로 대단한 장군이었다. 그러나 지나친 자신감으로 사리분별이 떨어져 조심성없는 언행을 하게 되고 그가 쓴 시 한편이 도화선이 되어 27세의 나이에 예종의 분노를 사 죽게된다.
승승장구하는 인생이 화를 부른 경우는 신숙주의 아들 신정도 있다. 성공한 아버지 덕에 음관으로 벼슬도 하고 임금의 비위를 잘 맞추어 탄탄대로였지만 거짓말과 위선의 말로는 사약이었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 하는 데, 역사 전체에 영원한 승자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뛰어난 능력이든 집안의 능력이든 그 덕으로 일찌기 높은 위치에 오르거나 많은 것을 가지고 나면 사람은 변한다.
과거라면 저지르지 않을 잘못된 언행을 하고 겸손함을 잃어 스스로를 위기로 몰고 가는 것 같다.
역사 속 인물이 아니어도 우리 인간사가 다 그렇게 흘러가기에 늘 겸손하고 신중하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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