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남쪽 끝, 남극에 펭권이라는 새가 산다. 새라면 날아야 할 텐데 날지 못한다. 날지 못 사는 새들은 그래도 제법 있긴 하다. 근데 이 새는 하늘이 아니라 바다를 다니며 물고기 먹이를 구한다. 하늘이 있어야 했지만 땅에서 바다로 뛰어드는 새, 펭권이다. 이 책은 성장소설이다. 미숙하고 아직 날 능력이 없는 청년들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나는 그 안에서 청년들 중에서도 특히 '문과라서 죄송한' 문송한 문과생들이 먼저 떠올랐다. 작가 본인의 이야기임이 느껴지는 문돌은 문과생들을 상징하는 것 같다. 그리고 펭귄도 문과생들이다. 문돌이 설에게 하는 말들은 이 사회에 대한 외침으로 들린다. 이 사회는 문과 과목들을 많이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저 농담 따먹기 하듯 말장난 정도로 볼 만큼 무용하다. 하늘을 날아야 할 펭귄이 날지 않고, 땅에 그것도 차디찬 얼음 위에 있다. 날개가 있되 날 수 있을 만큼 되지 못한다. 하염없이 하늘만 바라보다 결국 바다에 뛰어들어 다른 살길을 찾는다. 이 책의 또 다른 캐릭터 국문과 동빈은 글이 좋아 글을 쓰는 게 아니라 먹고 살 길을 찾기 위해 강연을 하려하고, 강연을 하기 위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려한다. 잘 모르는 이들 눈에 펭귄은 다 똑같아 보이지만 종류마다 살아가는 방식은 다르다. 한 곳에 머무르는 펭귄도 있고, 이동하는 펭귄도 있다. 부모의 보호로 부터 빨리 독립하여 자기들끼리 무리를 짓는 종도 있고 상대적으로 부모의 보호를 오래받는 펭귄도 있다. 기성세대로써 요즘 청년들이 겪는 심리적인 상실감과 특히 문과생들이 사회에서 받는 대우는 안타깝다. 저 멀리 남극 바다에서 날지 못한 채, 자기들끼리 옹기종기 모여 체온을 나누고 간신히 살아가는 것 같다. 인정받지 못하는 사회에서는 어른이 되고 싶어도 어른이 될 수가 없다. 겸손하고 싶지만 겸손할 게 없다. 펭귄은 애초에 날지 못하는 새라고 낙인 찍지말자. 그저 하늘이 그들을 허락하지 않아서 날지 않는 것 뿐이다. 언젠가 물에 뛰어드는 퍼스트 펭귄이 아니라 하늘로 날기 시작하는 퍼스트 펭귄이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