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정에 결혼했다 Endless 2
한지수 지음 / &(앤드)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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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한국문학이라는 이름으로 앤드리스 시리즈가 나왔다. "나는, 자정에 결혼했다" 는 소설가 한지수의 단편집으로 모두 7편이 실려있다.
그녀의 글들은 무척 단아하게 느껴진다. 깔끔하고 차분하게 정돈된 문체로 깊이있게 마음을 흔들어 댄다.

나는 7편의 단편 중 "배꼽의 기원" 에 가장 마음이 간다. 지금 내게는 감정이입이 무척이나 많이 되는 작품이다.
여성에게는 두개의 자아가 있다. 이성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머리속 자아와 생물학적 본성으로 살아가는 자궁속 자아.
두 자아는 서로를 걱정하고 감싸며 여성이라는 존재를 지속시켜 왔다.

어느 날부터 자궁이 아프기 시작했다. 머리는 자궁을 떠나보내는 것이 혼란스럽고, 자궁은 그 상황이 무서우면서 두렵다. 그녀의 몸속에서 한번도 생명을 잉태하지 못한 채 떠나야 하는 자신의 신세가 서글프다.
그녀는 어떻게든 자신의 자궁을 지키려 병원을 다니고 자궁의 역사에 대해서도 공부한다. 뇌사상태에서 조차 월경을 멈추지 않는 자궁은 생명의 보고이지만 그녀는 자궁과의 이별을 막지 못한다.

그녀처럼 병을 가진 것이 아니라, 건강한 자궁으로 생명을 잉태하고 탄생의 순간을 겪어 본 이들이라도 언젠가 자궁의 수명이 다하는 경험은 하게 된다.
그것이 여성으로 태어난 숙명이다.

소설 속 그녀는 정지용의 "향수" 를 합창할 때 마다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 부분을 부르려면 눈물이 쌓인다.
나도 예전에 그 시를 보면 그랬었다. 왜인지 모르면서도 그냥 슬펐었다. 이제는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남편에게서 조차 여성성을 상실해버린 여인을 보는 기분이란 것을. 그녀도 한때는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여인이었음에도.

이 소설은 보는 내내 자꾸만 눈물이 차올랐다. 그럼에도 몇번 더 읽었다. 소설속에서 조곤조곤 자신의 마지막을 말하는 자궁의 속삭임은 그 어떤 생명과 성에 관한 책보다도 신성했다.
그녀의 자궁은 또 다른 생명에게 배꼽을 남기고 가지 못함을 아쉬워한다.

이제 그녀의 자궁속 자아는 세상을 떠나고 머리속 자아만 남겠지.
하나의 자아를 먼저 떠나보낸 채, 남은 생을 더 살아가야 하는 그녀는 앞으로 무엇이 얼마나 달라진 삶을 살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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