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시작부터 격정적으로 몰아치는 전개와 젠더 플루이드라는 새로운 성 정체성, 에스펜 여름캠프의 허니스라는 비밀모임 등등 모든 것이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놀라웠다. 개인적으로 이런 신선한 장르를 좋아해서 인지 아이디어가 폭발하는 작가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갑작스런 쌍둥이 캐롤라인의 죽음 이후, 죽음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에스펜 여름캠프로 들어가는 마스는 남성도 여성도 아닌 젠더 플루이드다. 서로의 재산과 지위를 은밀히 과시하며 패쇄적인 에스펜 캠프에서 젠더 플루이드인 마스는 전통이라는 이름의 배타성을 깨는 이질적인 존재다. 남자들의 세계와 여자들의 세계를 넘나들며 그들 모두를 이해하지만, 어느 누구도 이해 못하는 존재. 숙소H 앞 허니들의 양봉은 벌들의 세계이다. 에스펜의 세계는 벌들의 세계이며 여왕벌, 수벌, 일벌이 존재하는 벌들을 위한 세계이다. 그리고 우리가 사는 세상도 그렇다. 이야기는 점점 충격적이고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터진다. 벌이라는 신선한 소재를 이렇게 담아낼 수 있다니. 올해 본 소설 중 가장 놀랍고 기괴하다. 실제 자신이 퀴어이기도 한 작가가 묘사하는 마스의 생각과 감정은 섬세하고 미묘하다. 그들의 감정은 아마 하나의 젠더로 살아온 대다수의 사람들과는 더 복잡할 것이다. 그들의 삶에 대해 막연히 추측만 할 뿐 아는 것이 없던터라 은밀하고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 낯섬이 미스터리하고 공포스럽기까지 한 소설의 내용과 어우러져 글에 대한 몰입도를 더 높여 주었다. 책을 덮고도 한참동안이나 내가 무엇을 본거지 싶을 정도로 얼떨떨했다. 뻔한 이야기들에 식상한 사람들이라면 올 여름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