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제목은 "재뉴어리의 푸른문"이지만 원 제목은 "재뉴어리의 일만개의 문"이다. 만개나 되는 문이 제목일 만큼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문 Door 이다. 문학적 은유에서 문이란?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통로를 의미한다. 재뉴어리는 사회의 모든 약자를 대표한다. 어리고, 유색인종이며, 여자이고, 함께 사는 부모가 없다. 로크라른 사람이 보호자를 자청하지만 친부모도 아닌 낯선 성인남자가 재뉴어리를 얼마나 위해줄 수 있을까? 재뉴어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힘없는 위치에서 착한 아이라는 이름의 순종과 복종을 강요당한다. 생각을 말할 수도 질문을 할 수도 없다. 통제된 상황과 통제된 공간내에서 통제된 말과 행동만 할 수 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그런 상황에서 탈출을 꿈꾼다. 그때 재뉴어리 앞에 나타난 문. 미지의 세계로 갈 수 있는 문은 가능성을 의미한다. 문은 새로운 세계를 열어 주지만 그 세계로 나가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제까지 순종이 절대선이라고 배워 온 소녀가 일탈을 하는 것은 몹시 두려운 일이다. 책을 읽으며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에 나오는 아프락사스가 생각났다. 재뉴어리가 문을 열고 나가는 것은 알을 깨고 나가는 고통이다. 힘겨워도 알을 깨고 나가야 성장할 수 있고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다. 재뉴어리의 모습은 보수적인 사회에서 살아온 어릴 적. 나의 모습이 많이 떠올랐다. 그 시절 우리는 똑같이 유색의 작은 여자아이로 살며 착한 아이이길 요구되는 시기를 살았다. 그리고 그안에서 꿈을 키우고 갈등에 부딪히며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내고 성장해왔다. 이 책은 문을 통한 신비로운 판타지 이야기지만 데미안 같은 성장소설이다. 재뉴어리가 자신만의 생각을 가지고 의지를 다지는 과정이 수많은 문을 통해 나타난다. 문이 하나씩 열릴 때마다 하나씩 깨닫고 강인해진다. 그걸보며 독자들은 재뉴어리를 응원하게 된다. 지금 이순간 본인의 인생과 삶이 하루하루 힘들게 느껴지는 이가 있다면 재뉴어리와 함께 성장여행을 떠나길 바란다. 문이 열릴 때마다 조금씩 성숙해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