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해 1월과 12월에 태어나 아일랜드 쌍둥이라고 불리는 재이 와 존이 있었다. 미국인 엄마와 한국인 아버지에게서 한국이름으로는 재현과 종현. 쌍둥이는 아니지만 쌍둥이처럼 키워진 형제. 존은 착하고 재능많은 재이를 질투하기도 했지만 자랑스러워 하기도 했다. 그 형이 원인과 병명도 알 수 없는 병에 걸리며 온 가족이 재이에게 신경쓰느라 존은 투명인간과 같은 삶을 산다. 아버지는 이혼하고 형은 죽고 자신도 방사능 피폭으로 언제 죽을지 모르는 희망없는 삶중에 수희를 만난다. 수희와 심리치료에 함께 참여하며 꼭꼭 숨겨 두었던 존의 내밀한 마음이 하나씩 벗겨진다. 숨겨져 있을 때는 본인도 몰랐던 아픔과 죄책감. 두려움, 숱한 감정들을 그곳에 참여한 에바. 수희와 더불어 꺼내서 토닥여준다. 치료를 통해 우리도 존이 왜 희망없는 삶을 살게 되었는지 그의 과거를 하나씩 들을 수 있다. 사실 우리 모두는 하나씩 또는 수십 가지씩 완전히 해소하지 못한 아픔과 고통을 지니고 살아간다. 대충 묻혀 살아 가는 것 같지만 어느 순간 불쑥 튀어나와 현재에 아픔을 끼얹는다. 이 책에는 미술심리치료 시간을 오래 보여준다. 그래서 나도 마치 미술심리치료를 받는 기분이 들었고 그들이 하는 이야기에 내 마음도 움직였다. 아마 이 책을 보는 이들도 모두 자신을 한번 되돌아 보는 순간이었을거다. 트라우마니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니 같은 것은 죄가 없다. 어느 누구에게나 올 수 있으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주변의 편견과 시선을 굳이 받고 싶지 않아 다들 그렇게 평범한 척 살아가는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그 시간들을 잘 치유하고 온전히 나로 서면 된다. 존의 외할아버지가 했었다는 말이 와 닿는다. '승리와 고통을 오롯이 마주할 수 있을때, 그리고 이 두가지를 똑같은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때 비로소 어른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오늘도 어른이 되기 위해 하루하루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