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등에서
쥴퓌 리바넬리 지음, 오진혁 옮김 / 호밀밭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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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탄생을 호랑이 등을 타고 있다고 표현하다니 너무 멋지다. "왕관을 쓴자, 그 무게를 견뎌라" 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때 무척 공감했었는데, 호랑이 등에서 태어난 인물이 왕이라니 훨씬 적절한 표현같다.
달리는 호랑이 등이니 얼마나 위험 할까? 그러나 그 호랑이를 통제할 수 있다면 천하를 호령할 수 있다. 죽거나 최고가 되거나 하는 것이 왕자의 삶이다.

1908 년 쿠테타로 퇴위한 오스만제국의 마지막 황제였던 압둘하미드 2세의 이야기다. 긴 시간 암살위협으로 언제든 살해당하지 않을까 피해망상이 있는 왕은 쿠테타 군대에 의해 가족들과 낯선 저택에 갇히게 된다.
목공일을 좋아하고 왕위 순위에도 없던 압둘하미드는 갑작스레 왕이 되었다. 평생 그에게 비교 컴플렉스를 주었던 완벽한 황태자 형 무라드도 미쳐서 3개월만에 권좌에서 내려오게 만드는 것이 황제의 자리다. 호랑이 등이다.
압둘하미드는 자신을 찾아온 군의관에게 자신의 지난날을 이야기하며 회고한다.

아무리 고귀한 신분의 황제라도
고귀하게 떠받들어 주는 이들이 있어야 고귀할 수 있다.
모든 인간은 각자의 사정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 황제는 늘 살해위협을 느끼며 그것을 막기 위해 비밀경찰을 두고 언론을 검열한다는 사정이 있고 , 그것에 당하는 자들은 그래서 황제가 사라져아 한다고 외치는 사정이 있다. 황제는 본인의 치세가 훌륭했고 가장 최선의 방법이었다고 생각하지만 또 다른 이들은 독재자라고 생각하는 것이 정치다.
시대의 흐름은 때로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흘러가 역사의 소용돌이에 몸을 맡기게 되고, 어느새 호랑이 등에서 내려와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늙고 힘없는 압둘하미드 황제의 모습은 마치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을 떠올린다. 자신의 과거 일에 대한 회한과 현재의 비참함이 공존하며 서서히 정신이 약해지고 스스로 고통에 빠뜨리는 비극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쓰는 군의관도 독자도 나도 모르게 연민에 빠져든다.

오스만제국의 역사는 우리에게는 그저 세계사 시간에 스쳐 지나간 정도의 기억만 있었는데 역사에 대해 많이 알게 해 준 책이었고 권력의 무상함, 인간의 나약함도 느끼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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