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저갱
반시연 지음 / 인디페이퍼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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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말을 들었다.
누구에게나 한 가지 재능은 있다.
다만 그것을 알아차릴 기회가 없었을 뿐이라고.

인간 취급도 받지 못하는 저가형 복국집에서 일을하며 '야간삼촌'이라 불리는 '나'( 싸움꾼)
그러던 어느 날, 복국집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에 휘말리게 되면서 '나'는 그동안 알지 못했던 나의
재능(?)을 발견한다. 아니 그동안 잠재해 있던 본능이 깨어난 것일지도...

한편 전 남자 친구가 유포한 포르노 영상으로 세상과 등지고 사는 것도 억울해 죽겠는데 그런 전 남친과 결혼을 한다며 태연하게 추영앞으로 청첩장을 보내온 여자 동창생. 그런 추영이 괴로워 하는 것을 본 '나'는 마침 자기의 꿈틀거리는 재능?본능?을 발산하기 위해 타깃을 정한다.

"나는 폭력을 사용하며 살기로 했어."
"타고났거든."

나의 스트레스는 노남용에게서 왔다.
"출소까지 21일."

희대의 살인마 노남용을 위해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는 '차장님'이라 불리는 또다른 '나'(사냥꾼)가 있다. 그는 의뢰(피해자)를 한고객들의 복수를 대신 해준다. 아주 잔인하게 피해자들의 고통보다 수백 배는 더 고통스럽게, 천천히 죽기 직전까지 지하 세계에서 고통을 준다.  이 공포를 맛 본 사람은 죽고 싶어도 죽을 수가 없다. 오로지 미지의 공포, 어둠의 공포, 밑바닥의 공포속에서 허우적대며 살아 갈 뿐이다. 물론 지가 뭔데?? 지도 인간이면서??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이 책에서만큼은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자체가 좋았고 통쾌했다.

사실 읽으면서 통쾌하다고 시원하다고 수없이 느끼며 읽었다. 법을 피해 버젓이 살아가고 있는 극악무도한 인간 말종과 범죄자들을 모조리 처단해 주는 이런 회사가 있었으면 하는 심정으로 읽었다. 나는 가끔씩 뉴스에서 이런 범죄나 어이 없는 사건이 보도 될때면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를 생각한다. 죄 값이 너무 형편없다 보니 자꾸 반복적 사건이 일어나는 것은 부지기 수...
당한 사람과 똑같이 당해봐야 그래도 지가 지은 죄를 조금은 알 것 아니겠는가...
그래서 '싸움꾼'과 '사냥꾼'의 응징이 얼마나 멋있어 보이던지 쾌재를 부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도 형편없이 낮은 형량을 받았습니다. 말이나 될 법한 일입니까?
애초에 다 잘못됐어요. 술 마셨다고 감형해주고 범죄자의 사회적 지위까지 고려해주고, 코미디입니다."
"무슨 변명을 할 수 있겠어요? 이러니 대한민국 사법체계를 국민들이 불신하는 겁니다. 당장 저 같아도 믿지 않아요."

비단 이 책에서뿐만이 아니다. 우리는 언론을 통해서 노남용같은 놈들의 소식을 자주 듣는다.
썩어빠진 나라인 건 틀림없다. 사회적 지위가 법을 이기는 이런 개똥같은 법을 힘없는 국민들은 죽어라 지켜야하는 거라니...
이런 생각이 분노와 울분을 토하게 하지만 그나마 '싸움꾼'과 '사냥꾼'이란 남자로 인해 '대리만족' 으로 분을 풀 수 밖에... 당연 이러한 일이있어서도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사람 맘이란 게 백프로 아니다라고는 또 못하겠다. 이런 법 앞에서라면...

이 책을 읽다 보면 조두순이 생각난다. 그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마는...
술을 마시고 범죄를 저지르고 심신미약으로 감형을 받은 조두순. 그는 곧 출소를 앞두고 있다. 국민들은 그런 그를 아직도 무서워하고 그의 죄를 내린 사법체계에 분노하고 있다. 어디 이러한 일이 조두순 뿐만이겠는가. 하루가 멀다하고 방송과 언론에선 범죄와 갑질을 보도 하지만 그것도 잠시... 묻히고 만다. 약자에게 힘이 되고 강자에겐 냉정한 법이어야 하건만...
제대로 된 형벌이 없는 사회에서 우리는 과연 우리를 지킬 수 있을 것인가?

여기에 '선생님'(파수꾼)이라 불리는 또다른 남자가 있다.
그는 약물과 가스로 491명을 안락사 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
안락사라... 나는 요즘들어 안락사에 대해 깊이 생각하기도 했다. 얼마전 티브에서도 방송을 했지만, 이게 꼭 나쁜 것이다라고만 생각할 수 없는 게 내 생각이다. 목숨은 누구의 것도 아닌 나의 것이기에 그 죽음을 꼭 살인행위로 몰고 가는 것보다는 죽음의 문턱에 있는 당사자의 마음과 생각을 존중해서 이뤄졌음 한다. 그렇다면 여기 파수꾼의 정체는??? 그의 정체를 알고 적잖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형편없던 인생이 자신의 재능인 폭력성을 일깨움으로서 인간 아닌 인간이 되어가는 싸움꾼.
지하실의 공포를 극적으로 활용해 공포를 공포만으로 끝내지 않는, 인간쓰레기에 극악무도함까지 더해진 말종들을 통쾌히 처단하는 사냥꾼, 여기에 파수꾼까지...
이 세 남자의 시점으로 펼쳐지는 긴장감과 심장 쫄깃한 이야기는 몰입과 재미는 두말 할 필요 없고 거침없는 문장과 소름돋게 만드는 잔인한 묘사에 감탄이 저절로 나온다. 나는 이런 장르의 소설을 좋아한다. 어설픈 복수는 싫다. 시시한 공포도 싫다. 서서히 하나 씩 조여오는 공포, 극에 닿을 때까지 채찍을 휘두르고 정성껏 당근을 준 후 또 다시 채찍을 휘두르는... 읽는 사람까지 소름의 전율을 느끼게 한다. 만약 이런 공포를 주는 곳이 있다면 과연 사람들은 죄를 짓지 않고 살아갈까??? 사람인 이상 죄를 짓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다. 최소한 반성과 책임을 졌으면 싶다. 진심으로...

내가 미스터리나 공포물을 엄청나게 좋아하다보니 가끔은 이런 상상도 했었다.
왜 공포는, 복수는 단숨에 끝내는 것 외엔 없을까. 이 책에서처럼 천천히 하나 씩 조여 오는 공포는 없을까? 했는데 이렇게 내 취향의 책을 만났으니 이건 대박이고 행운이야!!! ㅎㅎ

무저갱 - 바닥이 없는 깊은 구덩이. 지하 세계나 지옥 따위로 연결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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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 케이스릴러
장민혜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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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릴러 여섯 번째 책 <곤충>
지금까지 케이스릴러를 빠짐없이 다 읽었다. 첫 번째 책인 <시스터>를 시작으로 여섯 번째 책인 <곤충>까지...
모두가 마음에 들었고 정말 재밌게 읽었더랬다.
지금까지 읽은 케이스릴러는 하나같이 내용이 무거웠다. 스릴러라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전형적인 한국스타일의 이야기들이라 그런지 무거워도 몰입과 감정이입이 잘 되고 그래서 더 재미를 느꼈을지도 모른다.
이번 <곤충>도 제목에서 풍기 듯 어딘가 암울하고 어둡고 아픔이 묻어나는 것 같다.

신도시 가온지구의 하늘마을 임대 아파트 화단에서 한 여자아이의 시신이 발견된다. 그리고 그 소녀의 몸에서 발견 된 곤충.
곤충으로 인해 한 소년이 용의자로 지목이 되어 수감되지만 또 다른 소녀의 시신이 같은 곳에서 발견 된다. 그 역시 소녀의 시신에서 곤충이 발견된다. 하지만 먼저 살해 된 소녀의 엄마에게 의문의 문자 한 통이 오고 소녀의 엄마는 수감 된 소년을 찾아 간다. 진범을 잡기위해선 곤충에 대해 알아야 했기에...

하지만 소녀의 엄마 혼자서 진실을 파헤치기엔 너무나 버거웠다. 소년의 도움을 받아 딸의 진실을 밝히려는 엄마의 처절한 몸부림. 본인이 미혼모로서 먹기 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방치아닌 방치하고 실종된 후에도 전단지를 붙혀가며 딸을 찾으려 했지만 결국 싸늘한 시신으로 3년 만에 재회한 엄마의 모습에 안타까움과 안쓰러움이 들었다.

소녀의 죽음이 조금씩 밝혀지고 곤충 소년의 실체가 서서히 들어나면서 몰입과 놀라움은 한층 더 깊어진다. 곤충 소년이 어떻게 곤충에 집착하고 곤충 소년이 될 수 밖에 없었는지 알아 갈때는 가슴 한켠에 뭔가가 콱 누르는 것 같았다. 소년이 불쌍했다. 웃음끼 없는 소년이 유일하게 곤충과 함께 할때면 번지는 행복한 미소에 마음이 아팠다. 소년이 가족의 죽음으로 기댈 수 있는 무언가를 찾은 것이 곤충이라는 것에 더 가슴을 쓰리게 했다.

어느정도 읽다 보면 범인의 윤각이 잡히고 그 범인이 누군지 알았을 땐 내가 다 말려죽이고 싶을 정도였다. 나는 곤충은 별로 안무서워 하는데 벌레는 아주 질색을 한다. 하지만 여기서는 벌레만도 못한 인간들 때문에 뭐니뭐니 해도 인간만큼 무섭고 징그럽고 섬뜩한 것은 없다는 걸 다시금 느끼며 인간의 두 얼굴에 치를 떨었다.

아까도 말했다시피 케이스릴러는 지금까지 이야기들이 무거웠다. 이 책역시 무겁고 안쓰럽고 화도 나고 한다.
그렇지만 나는 좋았다. 재밌다. 몰입성도 가독성도 스토리도... 읽으면서 힘들었다는 사람도 있는데 내가 워낙 무겁고 자극적이고 쫄깃한 소설을 좋아해서인지 난 힘들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물론 이야기엔 가슴이 아프고 안쓰럽긴 했지만...

읽다보면 등장인물들에게 화가 안날라야 안날 수가 없다.
어쩌면 이렇게 미성숙한 어른들일까... 어쩌면 이렇게 인간말종들일까...
가정폭력으로 밖으로 내몰리는 아이들. 그 아이들을 이용하는 어른들. 어른들의 행동으로 왜 아이들이 희생되고 고통 받아야 하는지... 참 많은 생각과 한숨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이러한 일들이 현실에서도 버젓이 일어난는 거에 더 한숨을 자아냈고 묵직함을 안겨준다.
이번 케이스릴러도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다음의 일곱 번째 책이 기대된다.
더이상 아이들이 희생되지 않는 세상과 현지 엄마의 앞날이 행복하길 조용히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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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래빗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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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리뷰는 조금 특이하게 써보기로 했다.
웬지 친구에게 이야기하는 식으로 써보고 싶어졌다. 혹 읽는 분들 중 거북한 분이 계시더라도 너그럽게 이해를~^^;;;

이번 신간인 <화이트 래빗>도 역시나 하는 생각에 웃음이 저절로 지어지더란거지. 이사카의 발상이 기발하다는 건 알아줘야 한다는 거~ㅋㅋ 아니, 어떻게 사람을 납치해서 돈을 버는 회사를 벤처기업이라 하질 않나 그 회사에 직원이라 하더라도 인질이 되지 말라는 법이 어딨냐는 발상으로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내질 않나~역시~^^

사람을 납치해 인질을 넘겨주고 돈을 받는 일명 '유괴 전문 벤처기업'에서 납치 담당을 맡고 있는 우사기타. 그런데 그의 아내가 납치를 당했어. 납치 전문가의 아내가 납치를 당했다니 말이 돼? 그런데 웃긴 건 우사기타의 아내를 납치한 건 바로 그의 회사의 대표 '이나바'였던거야. 어라? 회사 대표가 왜 직원의 아내를 납치해??

어쨌거나 그 회사 경리가 유괴 조직의 컨설턴트로 일하는 오리오오리오라는 남자의 꾀임에 넘어가 돈을 몽땅 넘겼다더라? 그런데 그 놈이 오리온 별자리에 그렇게 박식하다네~라는 말을 동료 이노다 마사루에게 들었지만 왜 그 일로 자기의 아내가 납치를 당했는지 도통 모를 일이었지. 이유인 즉, 이나바는 우사기타의 아내를 납치 후 우사기타에게 오리오를 잡아오라고 해. 그래야 아내를 구하기 위해서라도 책임감을 갖고 일을 할테니 말이야. 흠... 유괴 전문 벤처기업답다만 그래도 너무 했어 대표라는 인간이 말이야. 쪼잔하게~^^;;;

어째겠어. 울며겨자 먹기로 할 수 밖에.
아무튼 우사기타는 그 오리오오리오라는, 오리온 별자리에 빠삭한 그 놈을 잡기 위해 기를 쓰다가 들어간 어느 한 주택가에서 총을 들고 인질을 위협하고 달려 온 경찰들과 협상이든 뭐든 하면서 오리오를 잡아 오면 인질을 풀어 준다고 해. 그런데 또 웃긴 건 이 인질극에 구로사와가 덤으로(?) 끼어 있더라는 거야. 아니 왜 구로사와까지??

다들 아시다시피 이사카 책을 읽으신 분들이라면 구로사와의 직업이 뭔지 알겠지? 빈집털이 겸 탐정인데 일단 여기선 빈 집 털이범이야. 그런데 동료가 실수로 옆집에 들어갔다가 빈집털이를 하러 들어간 집에 두고 오는 종이를 잃어 버리고 나왔는데 그걸 되찾으러 갔다가 하필 그 집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줄 누가 알았겠어. 그런데 구로사와의 상황 대처극이라 해야하나? 어쨌든 자기는 도둑인데 대처하는 과정이 어찌나 웃기던지~ㅋㅋㅋ 인질이 된 그들과의 쿵짝이 아주 신선했거든ㅋㅋㅋㅋ
툭툭던지는 그의 말투도 재밌고 매력적이지만 이 남자 오지랖이면 오지랖이고 암튼 츤데레식 매력을 뿜뿜 뿜어주더라는거지. 이래서 구로사와가 도둑이어도 밉지 않고 매력적이다라는 거.ㅋㅋㅋ 읽어 보면 알걸?ㅋㅋ

등장인물들이 제법 많이 등장하지만 이사카 책을 몇 번 읽고나면 나중엔 헷갈리거나 별 어려움 없이 읽게 돼. 하지만 이 책은 이야기가 차례로 전개 되는 것이 아니라 왔다리갔다리 뒤죽박죽으로 전개 되는 터라 좀 혼란스러울 수도 있는데 이것을 알아차렸는지 중간중간 이사카가 등장해 부연설명으로 깔끔히 정리해주더라는 말씀. 그러니 추리해 가는 과정은 크게 어려움이 없다는 거야.

좀 정신 없이 왔다 갔다 하며 읽다 보면'어어? 뭐가 이래?' 하다가 나중엔 '헐, 이런 거였어!'하게 되는 놀라운 반전이 기다리고 있어. 이사카에 반전이 없음 섭하지~ㅋ사실 책을 다 읽고도 나도 제목이 왜 `화이트 래빗`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어. (누가 좀 알려주면 좋겠어~ㅋㅋ)
사실 이사카의 말처럼 읽다가 도중 놀라서 몸을 벌떡 일으키지는 않았지만 독특한 소재와 구성으로 이사카만의 깨알 재미와 또 인간미를 듬뿍 느낄 수 있는 그런 소설이지.

추리와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하나 모가지 댕강댕강 피 난장난장하는 장면이 무서워 고민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무조건 이사카의 책을 읽으시라 권하고 싶어. 이사카 책엔 추리, 미스터리, 살인 등 다 있지만 전혀 전혀 동요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인간미와 매력을 뿜뿜 받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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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 김창수
김탁환.이원태 지음 / 돌베개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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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 선생이라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물론 학교에서도 배웠으니까... 그런데 김창수가 김구 선생이었다?! 나역시 <대장 김창수>라는 책으로 알게된 사실이다. 왜 그간 이렇게 알려지지 않았던 걸까? 아니 알려졌는데 우리가 기억하고 싶은 김구라는 이름만 기억한 것일까? 무튼 이 책은 청년 김창수가 독립운동가 백범 김구 선생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감옥이라는 배경으로 펼쳐진다.

외놈을 죽이고 시체 옆에다가 제 집 주소를 떡하니 적어 두고 갔을 정도의 곧고 배포(이걸 배포라 해야 하나? 겁이 없다 해야 하나?무튼)가 겁나 큰 김창수...
이로인해 김창수는 해주 감영에서 인천 감옥소로 이송 된다. 인천 감옥소는 말이 감옥이지 지옥이나 다를 게 없는 곳이다. 죄수를 죄수로 보지 않는, 오직 짐승으로만 여겼던 곳.(짐승도 이렇게는 안 다룰낀데)

그런 인천 감옥소에 온 첫 날부터 김창수는 순조롭게 넘기지 못한다.
“말로 겁박하지 말고, 국법에 따라 죄수에게 합당한 대우를 해 주시오.” (이햐~말 한번 겁나 똑소리 나네)
하지만 인천 감옥소에선 소장이나 간수에겐 절대 묻지도 따지지도 대들지도 않아야 하는 게 원칙이라면 원칙인데 김창수가 대뜸 그것도 감옥소장 앞에서 저렇게 대들었으니 간수의 쪽에서는 벌써 김창수를 죽이고도 남을 일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죽음의 문턱까지 내몰 정도의 매질을 당하고야 만다.

얻어 터지고, 자살 소동을 벌이고, 열병에 걸려 병감에서 거의 죽다 살아 돌아온 죄수 김창수...
당췌 얻어 터지는건 어디 내놓아도 빠지지 않을 정도로 얻어 터지는데 이걸 영화로 봤다면 과연 눈뜨고 볼 수나 있었을까?하는 의문이 들정도였다. 글인데도 내몸이 다 아픈 것 같은 느낌을 받았을 정도였으니까... 아니 간수들에게 얻어 터지는 거야 그렇다 치더라도 이건 죄수들한테까지도 아주 드럽게 얻어 터지는데... (아니,어떻게 사람을 이렇게까지 패지? 보통 사람 같았으면 죽었어도 벌써 죽었었을텐데...)

국모를 시해한 외인을 죽였기에 자긴 죄가 없다고 아주 죽고 싶어 안달한 사람처럼 간수들 앞에서든 심지어 감옥소장 앞에서까지 당당함을 내세우고 짐승보다도 더 심하게 얻어 터져 가면서도 절대 무릎을 꿇지 않던 청년 김창수를 어찌!어찌! 잊을 수 있으며 누가 감히 이 청년에게 손가락질을 하겠는가... 그렇게 개같이 얻어 터져가며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긴 김창수는 한 노인의 가르침으로 깨달음을 얻고 그 숱한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꿇지 않던 무릎을 꿇는데 정말 감동 감동 그자체였다.

21살...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닌 오직 나라를 위해서 가난하고 못배운 백성들을 위해서 기꺼히 제 한 몸 바치는 청년 김창수를 보면서 지금의 이 나이의 청년들은 과연 어떠한가...를 잠시 생각해 본다.
어리면 어릴 수도, 아닐 수도 있는 스믈한 살...
지금의 청년들에게 김창수처럼 바라지도 않겠지만 그래도 조금은 곧은 정신과 패기, 담력을 닮았으면 하는 바람도 없지 않아 있다.

어젯 밤 늦게 딱 200페이지부터 읽기 시작해 새벽녘이 되서야 책을 덮었다. 책을 덮고 나니 내가 무슨 삼종 마라톤 경기라도 한 듯 온 몸이 묵직해오는 것을 느꼈다. 초반부터 창수씨가 하도 얻어 터지니 내가 다 진이 빠지고 욕이 나오고 손에선 땀이 나더니 중후반부터는 전율이 흐르고 코끝이 찡~하더니 결국 결말에 이르러서는 울컥하게 만든다. 특히 죽음의 행진 편에선 계속 코끝이 찡~한채로 읽다가 에필로그에선 간수가 사일삼 하고 부르는데 결국 울컥하고 말았다. 지금 쓰고 있는 이순간에도 갑자기 눈시울이 붉어진다.

청년, 아니 대장 김창수의 이름으로 안되는 것도 되게 만든 그의 젊은 패기와 곧은 정신도 잊지 말아야 겠으며 상해 임시정부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킨 백범 김구 선생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참, 책을 읽는 내내 조진웅이 계속 내 눈앞에서 얻어 터지고 울고 소리치고 하는 모든 행동들이 오버랩되면서 지나가는데 꼭 영화를 보면서 동시에 책을 읽는 느낌이었다. 너무 생생하게 느껴져서 책을 읽는데 더 좋았다랄까?...무튼 엄지 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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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범은 그곳에 있다 - 은폐된 북관동北關東 연쇄 아동납치살인사건
시미즈 기요시 지음, 문승준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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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관동 지역의 두 도시에서 12년 간 (1979~1990)어린 소녀 네 명이 납치,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일명 북관동 연쇄 아동납치살인사건...
17년 동안 무려 다섯 명의 어린 소녀가 모습을 감췄다. 더구나 범인은 아직도 잡히지 않았다.
“이것은 소설이 아니라 사실이다.”로 시작하는 들어가며를 읽으면서 적잖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분노와 공포, 불안에 떠는 국민들을 위해서라도 한시 빨리 범인을 잡아야 했다. 그렇게 대대적인 수사를 한 결과 범인을 잡는다. 그는 유치원 버스 기사 스가야... 그의 자백과 DNA 감정도 일치, 무기징역을 선고 받는다.

하.지.만... 범인이 잡혔는데 6년 뒤 동일한 수법의 납치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왜?? 범인은 감옥에 있는데... 그럼, 유치원 버스 기사가 누명을 썼다?! 란 가정하에 아무도 관심조차 두지 않았던, 모두에게 잊혔던 사건을 시미즈만이 의심을 품고 다시 본격적으로 취재에 뛰어 든다.

스키모토 부장으로 일본을 움직인다라는 새 탐사보도 프로그램의 방송의 소재를 찾다가 당시 북관동 연쇄 아동납치살인사건의 의문점을 파헤치면서 1년여 동안 탐문, 수색, 검증, 보도를 하고 지속적인 재수사를 촉구하며 17년 동안 누명을 쓴 무기징역수 스가야의 무제를 이끌어 낸다. 당시 DNA 감정은 도입된지도 얼마 되지 안았었고(그만큼 감정의 정확성이 떨어져서 크게 기대하지 않았음)어쨌든 DNA 감정결과와 경찰의 강압적인 취조로 거짓 자백을 받아내 무고한 사람을 살인범으로 만든 겪이였다.

그러나 시미즈의 재취제, 수사, 탐문등은 녹록치 않았다. 첫 보도 후, 재심 청구 기각... 시미즈에겐 너무나도 괴로운 일이었다. 하지만 다섯 명의 아이들을 생각하면 여기서 물러서서는 안되었다. 경찰보다 먼저 범인을 찾는다란 말까지 듣는 시미즈는 “가장 작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라”는 자신의 가장 기본적인 취재원칙을 가지고 있는 기자다. 그래서 더 파헤치고 더 들으려 했다.

책을 읽다 보면 경찰에 요청을 했는데도 무시 당해서 결국 죽게 된 사건이나 체포의 빌미를 줬는데도 체포할 생각도 않는 경찰들의 아니한 행동에 어찌나 화가 나던지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그들의 태만에 혀를 내둘렀다. 조서를 직접 작성했고 고소장을 접수한 담당 형사가 고소장을 취하시키려 했으며 가짜 형사라며 경찰이 거짓말까지 하는 행동에 경악, 할 말이 없었다.

대체 경잘들의 본분이 무엇이란 말인가?
사건 은폐가 아닌 사건을 파헤쳐 범인을 잡는 것이 그들이 할 일이 아니던가...수사에 응하지 않고 위조하고 은폐하고...지금과 다를 게 없는 그들의 아니한 변명들...
왠지 <조작된 시간>이란 책을 다시금 읽는 듯한 기시감마져 들었다.

재심으로 스가야의 무죄가 판결 나고 자기를 고문 취조한 경찰들과 검찰의 사과를 받고 싶어했던 스가야는 끝까지 변명만 하는 그들의 태도에 어이가 없었다. 죄송하다는 한마디를 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가?
고문 같은 취조로 자백시킨 경찰, 그 자백을 믿은 검찰과 법원, 그리고 그 사실을 그대로 전달하기만 한 언론, 무죄가 되어도 모든 사람이 ‘유죄’를 믿어 의심치 않는 현실을 나는 피부로 느꼈다. -360p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은폐와 변명에만 급급했던 사법부의 모습에 씁쓸하지 않을 수 없다. 어디까지나 힘없고 약한자에만 적용 되는 것 같은 법에 신뢰가 가지 않는 건 비단 어제 오늘 일만이 아니다.

정말 사건의 정황들을 보면 분노와 한숨과 답답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오로지 아이들을 생각하며 사건 취재에 매달리는 그의 진념에 격려와 응원과 감탄을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러한 기자가 또 있을까... 진정한 기자정신이 아닐 수 없다. 기자란 이런 게 아닐까? 거짓 보도가 아닌 진실을 파헤처 전하는...

자신의 가장 기본적인 취재원칙으로 사람들에겐 잊혀졌지만 한 사회에 경종을 울렸던 사건을 치밀한 조사를 통해 또 다른 비극이 반복되지 않게 한 기자. 놓친 건 무엇인지, 진실은 어떤건지를 끈질긴 노력 끝에 끄집어 낸 기자 시미즈...

시미즈는 진범에게 똑똑히 전하고 있다. 결코 도망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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