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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범은 그곳에 있다 - 은폐된 북관동北關東 연쇄 아동납치살인사건
시미즈 기요시 지음, 문승준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17년 11월
평점 :
일본 관동 지역의 두 도시에서 12년 간 (1979~1990)어린 소녀 네 명이 납치,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일명 북관동 연쇄 아동납치살인사건...
17년 동안 무려 다섯 명의 어린 소녀가 모습을 감췄다. 더구나 범인은 아직도 잡히지 않았다.
“이것은 소설이 아니라 사실이다.”로 시작하는 들어가며를 읽으면서 적잖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분노와 공포, 불안에 떠는 국민들을 위해서라도 한시 빨리 범인을 잡아야 했다. 그렇게 대대적인 수사를 한 결과 범인을 잡는다. 그는 유치원 버스 기사 스가야... 그의 자백과 DNA 감정도 일치, 무기징역을 선고 받는다.
하.지.만... 범인이 잡혔는데 6년 뒤 동일한 수법의 납치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왜?? 범인은 감옥에 있는데... 그럼, 유치원 버스 기사가 누명을 썼다?! 란 가정하에 아무도 관심조차 두지 않았던, 모두에게 잊혔던 사건을 시미즈만이 의심을 품고 다시 본격적으로 취재에 뛰어 든다.
스키모토 부장으로 일본을 움직인다라는 새 탐사보도 프로그램의 방송의 소재를 찾다가 당시 북관동 연쇄 아동납치살인사건의 의문점을 파헤치면서 1년여 동안 탐문, 수색, 검증, 보도를 하고 지속적인 재수사를 촉구하며 17년 동안 누명을 쓴 무기징역수 스가야의 무제를 이끌어 낸다. 당시 DNA 감정은 도입된지도 얼마 되지 안았었고(그만큼 감정의 정확성이 떨어져서 크게 기대하지 않았음)어쨌든 DNA 감정결과와 경찰의 강압적인 취조로 거짓 자백을 받아내 무고한 사람을 살인범으로 만든 겪이였다.
그러나 시미즈의 재취제, 수사, 탐문등은 녹록치 않았다. 첫 보도 후, 재심 청구 기각... 시미즈에겐 너무나도 괴로운 일이었다. 하지만 다섯 명의 아이들을 생각하면 여기서 물러서서는 안되었다. 경찰보다 먼저 범인을 찾는다란 말까지 듣는 시미즈는 “가장 작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라”는 자신의 가장 기본적인 취재원칙을 가지고 있는 기자다. 그래서 더 파헤치고 더 들으려 했다.
책을 읽다 보면 경찰에 요청을 했는데도 무시 당해서 결국 죽게 된 사건이나 체포의 빌미를 줬는데도 체포할 생각도 않는 경찰들의 아니한 행동에 어찌나 화가 나던지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그들의 태만에 혀를 내둘렀다. 조서를 직접 작성했고 고소장을 접수한 담당 형사가 고소장을 취하시키려 했으며 가짜 형사라며 경찰이 거짓말까지 하는 행동에 경악, 할 말이 없었다.
대체 경잘들의 본분이 무엇이란 말인가?
사건 은폐가 아닌 사건을 파헤쳐 범인을 잡는 것이 그들이 할 일이 아니던가...수사에 응하지 않고 위조하고 은폐하고...지금과 다를 게 없는 그들의 아니한 변명들...
왠지 <조작된 시간>이란 책을 다시금 읽는 듯한 기시감마져 들었다.
재심으로 스가야의 무죄가 판결 나고 자기를 고문 취조한 경찰들과 검찰의 사과를 받고 싶어했던 스가야는 끝까지 변명만 하는 그들의 태도에 어이가 없었다. 죄송하다는 한마디를 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가?
고문 같은 취조로 자백시킨 경찰, 그 자백을 믿은 검찰과 법원, 그리고 그 사실을 그대로 전달하기만 한 언론, 무죄가 되어도 모든 사람이 ‘유죄’를 믿어 의심치 않는 현실을 나는 피부로 느꼈다. -360p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은폐와 변명에만 급급했던 사법부의 모습에 씁쓸하지 않을 수 없다. 어디까지나 힘없고 약한자에만 적용 되는 것 같은 법에 신뢰가 가지 않는 건 비단 어제 오늘 일만이 아니다.
정말 사건의 정황들을 보면 분노와 한숨과 답답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오로지 아이들을 생각하며 사건 취재에 매달리는 그의 진념에 격려와 응원과 감탄을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러한 기자가 또 있을까... 진정한 기자정신이 아닐 수 없다. 기자란 이런 게 아닐까? 거짓 보도가 아닌 진실을 파헤처 전하는...
자신의 가장 기본적인 취재원칙으로 사람들에겐 잊혀졌지만 한 사회에 경종을 울렸던 사건을 치밀한 조사를 통해 또 다른 비극이 반복되지 않게 한 기자. 놓친 건 무엇인지, 진실은 어떤건지를 끈질긴 노력 끝에 끄집어 낸 기자 시미즈...
시미즈는 진범에게 똑똑히 전하고 있다. 결코 도망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