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저갱
반시연 지음 / 인디페이퍼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그런 말을 들었다.
누구에게나 한 가지 재능은 있다.
다만 그것을 알아차릴 기회가 없었을 뿐이라고.

인간 취급도 받지 못하는 저가형 복국집에서 일을하며 '야간삼촌'이라 불리는 '나'( 싸움꾼)
그러던 어느 날, 복국집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에 휘말리게 되면서 '나'는 그동안 알지 못했던 나의
재능(?)을 발견한다. 아니 그동안 잠재해 있던 본능이 깨어난 것일지도...

한편 전 남자 친구가 유포한 포르노 영상으로 세상과 등지고 사는 것도 억울해 죽겠는데 그런 전 남친과 결혼을 한다며 태연하게 추영앞으로 청첩장을 보내온 여자 동창생. 그런 추영이 괴로워 하는 것을 본 '나'는 마침 자기의 꿈틀거리는 재능?본능?을 발산하기 위해 타깃을 정한다.

"나는 폭력을 사용하며 살기로 했어."
"타고났거든."

나의 스트레스는 노남용에게서 왔다.
"출소까지 21일."

희대의 살인마 노남용을 위해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는 '차장님'이라 불리는 또다른 '나'(사냥꾼)가 있다. 그는 의뢰(피해자)를 한고객들의 복수를 대신 해준다. 아주 잔인하게 피해자들의 고통보다 수백 배는 더 고통스럽게, 천천히 죽기 직전까지 지하 세계에서 고통을 준다.  이 공포를 맛 본 사람은 죽고 싶어도 죽을 수가 없다. 오로지 미지의 공포, 어둠의 공포, 밑바닥의 공포속에서 허우적대며 살아 갈 뿐이다. 물론 지가 뭔데?? 지도 인간이면서??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이 책에서만큼은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자체가 좋았고 통쾌했다.

사실 읽으면서 통쾌하다고 시원하다고 수없이 느끼며 읽었다. 법을 피해 버젓이 살아가고 있는 극악무도한 인간 말종과 범죄자들을 모조리 처단해 주는 이런 회사가 있었으면 하는 심정으로 읽었다. 나는 가끔씩 뉴스에서 이런 범죄나 어이 없는 사건이 보도 될때면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를 생각한다. 죄 값이 너무 형편없다 보니 자꾸 반복적 사건이 일어나는 것은 부지기 수...
당한 사람과 똑같이 당해봐야 그래도 지가 지은 죄를 조금은 알 것 아니겠는가...
그래서 '싸움꾼'과 '사냥꾼'의 응징이 얼마나 멋있어 보이던지 쾌재를 부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도 형편없이 낮은 형량을 받았습니다. 말이나 될 법한 일입니까?
애초에 다 잘못됐어요. 술 마셨다고 감형해주고 범죄자의 사회적 지위까지 고려해주고, 코미디입니다."
"무슨 변명을 할 수 있겠어요? 이러니 대한민국 사법체계를 국민들이 불신하는 겁니다. 당장 저 같아도 믿지 않아요."

비단 이 책에서뿐만이 아니다. 우리는 언론을 통해서 노남용같은 놈들의 소식을 자주 듣는다.
썩어빠진 나라인 건 틀림없다. 사회적 지위가 법을 이기는 이런 개똥같은 법을 힘없는 국민들은 죽어라 지켜야하는 거라니...
이런 생각이 분노와 울분을 토하게 하지만 그나마 '싸움꾼'과 '사냥꾼'이란 남자로 인해 '대리만족' 으로 분을 풀 수 밖에... 당연 이러한 일이있어서도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사람 맘이란 게 백프로 아니다라고는 또 못하겠다. 이런 법 앞에서라면...

이 책을 읽다 보면 조두순이 생각난다. 그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마는...
술을 마시고 범죄를 저지르고 심신미약으로 감형을 받은 조두순. 그는 곧 출소를 앞두고 있다. 국민들은 그런 그를 아직도 무서워하고 그의 죄를 내린 사법체계에 분노하고 있다. 어디 이러한 일이 조두순 뿐만이겠는가. 하루가 멀다하고 방송과 언론에선 범죄와 갑질을 보도 하지만 그것도 잠시... 묻히고 만다. 약자에게 힘이 되고 강자에겐 냉정한 법이어야 하건만...
제대로 된 형벌이 없는 사회에서 우리는 과연 우리를 지킬 수 있을 것인가?

여기에 '선생님'(파수꾼)이라 불리는 또다른 남자가 있다.
그는 약물과 가스로 491명을 안락사 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
안락사라... 나는 요즘들어 안락사에 대해 깊이 생각하기도 했다. 얼마전 티브에서도 방송을 했지만, 이게 꼭 나쁜 것이다라고만 생각할 수 없는 게 내 생각이다. 목숨은 누구의 것도 아닌 나의 것이기에 그 죽음을 꼭 살인행위로 몰고 가는 것보다는 죽음의 문턱에 있는 당사자의 마음과 생각을 존중해서 이뤄졌음 한다. 그렇다면 여기 파수꾼의 정체는??? 그의 정체를 알고 적잖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형편없던 인생이 자신의 재능인 폭력성을 일깨움으로서 인간 아닌 인간이 되어가는 싸움꾼.
지하실의 공포를 극적으로 활용해 공포를 공포만으로 끝내지 않는, 인간쓰레기에 극악무도함까지 더해진 말종들을 통쾌히 처단하는 사냥꾼, 여기에 파수꾼까지...
이 세 남자의 시점으로 펼쳐지는 긴장감과 심장 쫄깃한 이야기는 몰입과 재미는 두말 할 필요 없고 거침없는 문장과 소름돋게 만드는 잔인한 묘사에 감탄이 저절로 나온다. 나는 이런 장르의 소설을 좋아한다. 어설픈 복수는 싫다. 시시한 공포도 싫다. 서서히 하나 씩 조여오는 공포, 극에 닿을 때까지 채찍을 휘두르고 정성껏 당근을 준 후 또 다시 채찍을 휘두르는... 읽는 사람까지 소름의 전율을 느끼게 한다. 만약 이런 공포를 주는 곳이 있다면 과연 사람들은 죄를 짓지 않고 살아갈까??? 사람인 이상 죄를 짓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다. 최소한 반성과 책임을 졌으면 싶다. 진심으로...

내가 미스터리나 공포물을 엄청나게 좋아하다보니 가끔은 이런 상상도 했었다.
왜 공포는, 복수는 단숨에 끝내는 것 외엔 없을까. 이 책에서처럼 천천히 하나 씩 조여 오는 공포는 없을까? 했는데 이렇게 내 취향의 책을 만났으니 이건 대박이고 행운이야!!! ㅎㅎ

무저갱 - 바닥이 없는 깊은 구덩이. 지하 세계나 지옥 따위로 연결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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