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씨들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리커버북 시리즈 10
루이자 메이 올콧 지음, 김양미 옮김, 김지혁 그림 / 인디고(글담)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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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가문의 네 자매 이야기는 따뜻하고도 사랑스럽다. 성격이 전혀 다른 소녀들이 서로 의지하면서 함께 성장해가는 내용을 즐겁게 보노라면 1800년대의 삶이 생생하게 다가온다. 어릴 때 만화를 보며 활발한 조가 참 멋지다고 생각했었다. 다시 만난 조의 모습은 역시나 생기 있었다. 얌전하고 집안일을 잘 하는 여성을 최고로 생각했던 그 시절에 조는 꽤나 특이한 인물이었겠지만.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 숲으로 소풍을 간 작은 아씨들이 서로 꿈에 대해 이야기하며 10년 뒤를 그리는 내용인데 참 정겨웠다. 나중에 누가 꿈을 이뤘는지, 누가 꿈에 가까이 갔는지 보자고 제안하는 조는 아마도 훌륭한 작가가 되어 있겠지. 남다른 상상력은 조가 작품을 쓰는 데 자양분이 되지 않을까. 네 명 모두 꿈에 다가가기를 바란다. 참, 그 자리에 함께 있었던 로리도 마찬가지로 원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기를. 좋은 이웃, 친한 친구로 평생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걸 볼 수 있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아쉽다.

 

부유하지는 않지만 어려운 사람을 도울 줄 알고 이웃을 배려하는 마음을 지닌 자매들은 힘든 일이 있을 때도 희망을 잃지 않는다. 많은 일이 있었던 한 해를 돌아보며 따뜻한 말을 나누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마음이 포근해진다. <빨간 머리 앤>의 일러스트를 그린 김지혁 작가가 이 책의 그림을 맡았는데 부드러운 느낌의 수채화가 인물들의 분위기와 풍경을 잘 살려 이야기에 더욱더 빠져들게 만든다. 어릴 때 얇은 책으로 읽었을 때도 소녀들이 눈앞에 보이는 듯했는데 다시 읽으니 장면들이 더 생생해진다. 아름다운 그림 덕에 이야기가 더 풍부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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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 웨이 다운
제이슨 레이놀즈 지음, 황석희 옮김 / 밝은세상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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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 형식의 소설이라고 해서 흥미가 생겼다. 단어들이 이리 저리 움직이면서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느낌이 든다. 원문으로 읽었다면 더 생생한 리듬감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하나뿐인 형이 살해된 뒤 소년이 느끼는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글을 읽으며 소년의 마음에 무겁게 자리한 '복수'라는 단어를 곱씹었다. 복수를 하고 나면 무엇이 남을까. 소년의 인생이 어떻게 될지 너무도 훤해 안타깝기만 했다.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범죄를 저지르는 아이들이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주변의 법칙에 젖어 들어 이를 따르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하는 경우에 서슴없이 검은 늪에 발을 담근다. 소년의 동네에 존재하는 복수의 법칙은 끝없이 희생자를 만들어내며 사람들의 가슴에 구멍을 내지만 사람들은 그저 모른척한다. 두려움이 모든 감정을 뒤덮어버리는 곳에서 소년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엄청난 용기를 그러모으지 않는 이상 끊을 수 없는 사슬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범죄가 난무하는 곳에 던져진 아이들은 주변 어른들에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곳이 세상의 전부가 아님을 알려주고 다른 세상이 있음을 보여줄 이들이 필요하다. 자신이 겪었던 일을 떠올리며 글을 쓴 작가는 폭력 속에 방치된 아이들을 향해 메시지를 보낸다. 각종 사고에 연루된 아이들의 증언은 중요하다고 하면서 '나이가 두 배나 많은 사람들의 실패' 때문에 희생당하는 아이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한다. 무한한 응원과 지지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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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의 늑대 - '촉'과 '야성'으로 오늘을 점령한 파괴자들 늑대 시리즈 1
김영록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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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을 늑대에 비유해 인상적이었다. 세계 비즈니스 흐름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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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철학이 필요해 - 고민이 너무 많아서, 인생이 너무 팍팍해서
고바야시 쇼헤이 지음, 김복희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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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어렵지 않게 다가온다. 시대를 넘나드는 고민을 해결하도록 돕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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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리가 정상이라면
야마시로 아사코 지음, 김은모 옮김 / 작가정신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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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괴한 요괴가 나와 밤잠을 설칠 정도로 무섭게 느껴지는 소설이 간혹 있다. 담이 작아 이런 이야기는 멀리하는 편인데 이 책은 '잔혹과 순수를 넘나들며 고요히 퍼져나가는' 호러 소설이라 해서 분위기가 궁금했다. 한 편씩 읽으면서 섬찟하기도 했고 가슴이 먹먹하기도 했고 눈물이 나기도 했다. 공포 소설에 웬 눈물인가 싶기도 하겠지만 그만큼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에는 일반적인 공포 소설과는 다른 점이 있다. 마음 저 깊은 곳에 있는 감정을 슬며시 건드리는 느낌이랄까. 단편들 대부분 마음에 들었는데 그중 두 편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세상에서 가장 짧은 소설>은 책에 실린 단편 중 첫 번째 소설로, 어느 부부에게 나타난 귀신이 이들 생활에 미치게 된 일들을 그리고 있다. 귀신이 나타나지만 그렇게 공포스럽지는 않다. 갑자기 나타난 존재를 보고 작중 인물은 기겁하지만 독자로서는 극렬한 공포에 시달리지 않아도 될 만큼 이야기가 잔잔하다. 그저 종종 나타나 가만히 있는 희미한 형체는 어떤 위해를 가하지도 않고 끔찍하게 변하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나타나는지 궁금해질 때쯤 주인공 부부가 본격적으로 그 이유를 쫓는다. 추리 요소가 섞여 있는 이야기라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헤밍웨이가 썼다는 문장이 있다. 'For sale: Baby shoes, never worn.' 이 문장은 '세상에서 가장 짧은 소설'이라 불린다. 주인을 잃은 신발, 세상에 없는 아이, 비통한 얼굴을 한 부모의 모습이 절로 떠오른다. 이렇게 짧은 문장에 이야기를 담다니 감탄할 뿐이다. 이 문장이 주인공 부부의 이야기와 하나로 맞물리는 과정이 특색 있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를 잃어버린 마음이야 말해 뭐 하겠는가.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도 아픔을 끌어안고 살아가야 하는 마음에 조금이라도 온기가 스미기를 바랄 뿐이다. 상실감만을 안고 살아가기에는 인생이 너무나 길다.

 

<이불 속의 우주>는 우연히 얻게 된 이불 속에서 다른 세상을 만나게 된 소설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풍경 묘사를 잘 하던 한 소설가가 10년 전부터 글을 쓰지 못하면서 얼마나 피폐해지는지 잘 그리고 있다. 더 이상 이야깃거리가 떠오르지 않는 작가의 삶은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지켜보는 가족도 물론 애가 타겠지만 작가 본인에게는 그야말로 재앙과도 같은 일일 터. 이보다 더 공포스러운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방황하던 그가 예고 없이 소설을 새로 써낸다. 그것도 예전보다 더 나아진 기량을 선보여 주위를 놀라게 한다.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매일 밤 누구나 덮고 자는 이불을 소재로 기발한 이야기를 풀어 내어 마음에 들었다. 친숙한 물건이 다른 세계의 통로가 되니 굳이 어렵고 복잡한 방법이 필요 없다. 고난 끝에 더 긴 고난이 기다리고 있지 않아 다행이다 싶기도 하다. 이불 속에서 체험하는 오만 가지 감각은 소설가의 환상이든 실제로 겪는 기묘한 체험이든 그 자체로 신비하다. 보리 이삭이 발가락을 스치는 간질간질함은 어떤 느낌일지, 온몸을 핥듯이 지나가는 사막의 뜨거운 바람은 얼마만큼의 기세일지 궁금하게 만드는 통에 저 이불을 구하고 싶어질 정도이니 말이다. 이 소설가는 어디에 가서든 오감을 활짝 열어 놓고 모든 것을 흡수하며 살 것만 같다. 이 세계에서든 다른 세계에서든.

 

책을 덮고 나니 있을 법한 이야기들이 남기는 여운이 제법 길게 간다. 우리가 때때로 겪는 이상하고도 기괴하고 참담한 이야기들이 한곳에 모여 오히려 위로를 건네는 듯하다.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했던 가슴 아픈 경험을 애써 잊는 대신 슬퍼할 만큼 마음껏 슬퍼하라고, 떠오르는 좋은 기억들은 억지로 눌러놓을 필요 없이 그저 가만히 안고 가라고.

 

세상에서 가장 짧은 소설. 그 문장이 심금을 울리는 건 짧은 내용과 짧은 인생이 일치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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