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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질 없는 몸으로 살기 - 40년 대장항문외과 전문의가 제안하는 치질 탈출 지침서
양형규 지음 / 양병원출판사 / 2021년 5월
평점 :

십여 년 전, 회사 동료가 도넛 모양 쿠션을 들고 왔다. 치질 수술을 했는데 아프다며 미리 예방하라고 당부하는 그의 얼굴이 고통스러워 보였다. 쿠션에 앉을 때 숨을 한 번 길게 쉬고 앉던 모습이 잊히질 않는다. 길게 휴가를 내면 좋으련만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 더 힘들지 않았나 싶다. 그때는 정말 조심해야겠다 싶었는데 생각처럼 건강한 생활 습관을 들이지 못해 변비에서 자유로워질 수는 없었다. 물은 많이 마시지만 운동량이 적으니 피할 수 없는 상황일 수도 있겠다. 이대로 변비가 자꾸 생기면 수술을 받아야 할 것 같아 점점 걱정이 커지는 상태에서 이 책을 보게 되었는데 다행히 수술할 정도까지는 아닌 듯해 한시름 놓았다. 병원에 가서 검사받을 생각을 하니 부끄럽기도 하고 만약 수술을 한다면 너무 아플 것 같아 걱정이 태산이었는데 저자의 말로는 보존요법과 약물요법으로 치료되는 경우가 70% 이상이며 수술을 하더라도 통증이 적은 수술법이 있으니 미리 겁부터 먹을 필요는 없다고 한다.
항문질환의 종류와 치료법, 수술 준비와 퇴원 후 관리법이 자세히 나와 있어 읽다 보면 치핵, 치루, 치열 등의 차이를 알 수 있고 어떻게 예방하면 좋을지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책 뒤쪽에 항문질환에 대한 다양한 질문과 답이 실려 있는데 평소에 궁금한 점을 해소할 수 있어 도움이 되었다. 항문에 얽힌 이야기가 중간중간에 나와 흥미로웠다. 소설가 김유정, 태양왕 루이 14세, 불가능을 몰랐던 나폴레옹 등 유명인들이 항문질환에 시달렸다고 하는데 치료법도 제대로 없었던 옛날에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짐작이 간다. 지금은 그나마 수술법이 발달했으니 다행이랄까. 글 쓰느라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는 작가나 컴퓨터 앞을 떠날 수 없는 회사원들, 수험생들처럼 오랫동안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항문에 자극이 가 치질이 발생할 확률이 높으니 스스로가 의식적으로 쉬는 시간을 만들어 가벼운 운동을 하고 음식에 신경을 쓰는 수밖에 없다. 책에 실린 사진을 보면 앞으로 관리를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테니 변비 때문에 고민인 사람에게 추천하고픈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