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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이 왔어! ㅣ 올리 그림책 4
조수경 지음 / 올리 / 2021년 6월
평점 :

아이스크림을 음미하는 곰, 앞발을 들고 인사하는 곰, 커피를 마시는 곰, 나무에 매달린 곰의 얼굴은 편안하고 행복해 보입니다. 그런데 창문을 열고 밖을 쳐다보는 사람들의 얼굴은 그리 편해 보이지 않네요. 이 표지만으로도 책 내용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곰을 그리 마음에 들어 하지 않으니 좋지 못한 일이 일어날 것 같다는 정도는요. 언제부터였을까요. 곰이 마을로 내려와 살기 시작한 때는요. 어쨌든 아주 오래전 일이라 정확한 시기는 모른답니다. 곰들은 사람의 말과 글을 배우고 사람들과 어울려 살기 시작했어요. 사람들은 처음에는 생소했지만 점차 곰과 사는 게 자연스러워졌고요. 그런데 사소한 일들로 사람들이 곰에게 불만을 가지기 시작합니다. 한가득 꿀을 사 가는 곰들 때문에 꿀이 모자라고 레스토랑에 곰들이 많아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졌다고 생각하는 등 자신들이 누려야 할 것들을 빼앗겼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졌지요.
이제 사람들은 높은 장벽 너머로 곰들을 내보내고 돌아오려는 곰들을 공격합니다. 사람처럼 사는 데 익숙해진 곰들이 숲속에서 할 수 있는 게 없는데도 말이지요. 화가 난 곰들은 사람들과 싸우기 시작합니다. 모든 것이 파괴될 때까지요. 승자는 누구일까요. 사람이라고 착각하지 말고 사람의 것을 탐내지 말라고 외치는 사람들에게 사람보다 먼저 이 땅에 살았던 건 동물이라고, 왜 자신들의 행복을 빼앗느냐고 외치는 곰들의 목소리가 크게 들리는 듯합니다. 개발한다고 숲을 밀어버리고 도시를 세우는 사람들 때문에 동물들이 갈 곳을 잃은 게 사실이지요. 우리는 동물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책을 읽으면서 야생동물뿐 아니라 함께 살다가 버림받은 반려동물들도 생각이 나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다른 각도로 보면 난민들 처지도 이와 같지 않나 싶네요. 생각할 거리를 주는 책이라 부모들이 책을 읽고 아이와 토론을 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