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쏟아지는 기술 트렌드 보고서 속에서 비즈니스의 기회를 고민하고, 기업들에게 미래 생존 전략을 제안하는 컨설턴트로서 김기영 등의 공저 《Crypto, AI》는 꽤 흥미로운 인사이트를 주는 책이었습니다.
사실 컨설팅 현장에 있다 보면 '크립토'와 'AI'를 단순히 주가 부양을 위한 마케팅 용어, 즉 일시적인 '하이프(Hype)'로만 치부하려는 경영진들을 종종 마주합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피상적인 접근을 넘어, 두 기술이 결합하여 만들어낼 새로운 비즈니스 생태계의 구조적 당위성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컨설턴트의 시각에서 볼 때, 이 책이 전달하는 핵심 가치는 기술 융합이 가져올 '가치 사슬(Value Chain)의 재편'에 대한 통찰입니다.
현재의 AI는 압도적인 생산성을 보여주지만, 데이터의 독점과 '블랙박스' 의사결정이라는 리스크를 안고 있어 기업 도입에 장벽이 존재합니다.
반면 블록체인은 투명한 신뢰 프로토콜을 제공하지만, 비즈니스 확장성 면에서 과제를 안고 있죠. 책에서는 AI가 폭발적인 '생산성'을 담당하고, 크립토가 그 결과물에 대한 '검증과 분배'를 담당하며 상호 리스크를 헤징(Hedging)하는 미래를 그립니다.
특히 AI 에이전트들이 경제 주체로서 스스로 가치를 거래하고, 블록체인이 이를 보증하는 인프라가 될 것이라는 전망은 미래 디지털 경제의 청사진을 정확히 꿰뚫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이는 단순한 기술 결합을 넘어,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재정의하는 거대한 패러다임 시프트가 될 것입니다.
책을 덮으며 문득 집에 있는 중학생 아이들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아빠로서 느끼는 책임감은 클라이언트에게 전략을 제안할 때의 무게감과는 또 다른 차원의 것입니다. 지금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정형화된 지식만으로 과연 이 격변하는 미래 경제 시스템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을까요? 저는 이 책이 다루는 내용이 아이들의 진로와 경제 교육에도 중요한 나침반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앞으로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AI가 만든 결과물이 범람하는 곳일 겁니다.
그 속에서 '진짜 가치'를 선별해 내는 안목(Insight), 그리고 자신의 창작물과 데이터가 거대 플랫폼의 부속품으로 소모되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자신의 자산으로 인정받는 구조(Web3 오너십)를 이해하는 것은 국영수 점수보다 훨씬 중요한 생존 전략이 될 것입니다.
이 책은 기술 서적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그 본질은 다가올 미래의 '경제 문법'과 '디지털 시민의식'을 다루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단순히 "코딩을 배워라"거나 "투자를 해라"라고 가르치는 것을 넘어, 기술이 어떻게 시장의 권력을 재편하고 개인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지에 대한 '비즈니스 감각'을 이야기해 주고 싶습니다.
《Crypto, AI》는 그런 면에서 거시적 통찰이 필요한 우리 세대와, 그 새로운 경제의 파도 위에서 서핑을 즐겨야 할 아이들 모두에게 유의미한 전략 지침서가 되어줄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