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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라는 이름의 큰나무
레오 버스카글리아 지음, 이은선 옮김 / 홍익 / 2018년 3월
평점 :
절판
“아버지는 내게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다만 그렇게 살았고, 그렇게 사는 것을 보게 했다.”
이제는 다들 애 아빠가 되어버린 친구들과 함께 모이면 언제나 하는 이야기가 있다. 애 키우는건 정말 너무 힘들다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다들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지만, 상황이, 아이가 다르기 때문에 정답은 없다는걸 서로 알고 있다.
엄마들은 아이와의 유대감이 아빠보다는 크기 때문에 어떻게든 적응하고 관계를 형성하는 것 같은데, 아빠들은 그게 힘들다. 어떻게 혼을 내야할지, 어떻게 칭찬해야 할지, 어떻게 대화를 시작해야할지 그게 언제나 고민이다. 매번 하는 시도는 만족할만한 결과를 보여주지는 못한다. 아빠는 매번 서투르다.
가족을 건사하기 위해 회사에서, 사회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노력하고, 경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매번 불안감은 없어지지 않는다. 아이와의 관계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나는 언제나 실패자 같은 기분을 느낀다.
그럴 때마다 내 아버지의 인생이 더욱더 존경스러워진다. 지금의 나보다 더 가진게 없었고, 더 어려운 상황에서도 가족을 건사했고, 살아남으셨다. 세상에 족적을 남길만한 위대한 일을 하지는 않으셨고, 경제적으로도 대단한 부를 일구지는 못하셨지만, 아내와 자식들을 배고프지 않게, 풍족하지는 않았지만 결핍은 없게 돌보셨다. 아버지도 아들들과 어떻게 대화해야할지, 어떻게 대해야할지, 무슨 말로 가르쳐야할지 고민이 많으셨을꺼라는걸 이제야 알게 된다. 집안 형편 때문에 일찌감치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공부를 나이들어서 다시 시작하시고, 매번 수업을 갈 때마다 아이처럼 즐거워하시는 걸 보면, 상황 때문에, 가족 때문에 많은 것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도 이제야 할게 된다.
아버지는 나에게 성실과 정직을 몸으로 보여주셨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무언가를 배우려고 노력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성실하게 하다보면 결국은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셨다. 그리고 자신에게 정직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너그러운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도 당신의 삶으로 보여주셨다. 글자가 아닌 아버지의 삶으로 배운 그 가치들은 내가 지금 이 자리에서 이렇게 살 수 있는 근간이 되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나를 이끌어갈 길잡이가 되어줄꺼라고 믿는다.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로 유명한 작가는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기억들을 담담하게 적어가고 있다. 이탈리아 이민자로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만족하며, 노력하며, 너그러운 사람으로 살아오신 아버지를 추억하면서, 그 아버지의 삶으로부터 배운 가치들이 자신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이야기하고 있다. 돈이나 지식이 아니라 그런 삶의 태도에서 배울 수 있는 지혜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것이 얼마나 아버지를 그리워하게 만드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난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하고 있는 고민들이 우리 아버지가 했던 고민들이고, 내가 아직 답을 못 찾은 것처럼 아버지도 아마 그때는 답이 없었을꺼라는 것을 깨달았다. 정답을 찾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그저 현재에서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내가 줄 수 있는 사랑으로 내 아이들을 대하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툴러도, 때로는 실수해도... 그래도 되는거다. 우리는 가족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