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닐 게이먼의 글이 아니었다면, 책을 사는게 아까울뻔 했다.
그렇지만,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고, 어떻게 살아왔는지 궁금했던 사람들은 이 글을 곱씹으면서 음미할 수 있을 것 같다.
내용을 자세하게 쓰기보다는 내가 느낀걸 쓰고 싶다.
인생에는 여러가지 길이 있고, 여러가지 선택이 주어지는데,
닐 게이먼은 그런 선택의 과정에서 '해야할 일' 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선택했고, '알고 있는 일'보다는 '모르는 일'을 선택했다
현실을 외면하지는 않았지만, 현실 때문에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향해 가는 길을 잊어버리지는 않았다.
'글쓰기'가 진짜 원하는 일이었다면, 현실 때문에 다른 일을 하더라도 내가 가야 하는 산의 정상이 '글쓰기'라는 것을 잊어버리지 않아야 한다는 거다.
산을 오르는 입구에서 조금 돌아가거나 조금 편한 샛길로 갈수는 있지만, 그래도 내가 가야하는 산의 정상이 어느 방향인지 언제나 확인하고 기억하면서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는 거였다.
난 이 비유가 참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이 비유대로 하려면 내가 가고 싶은 산의 정상이 어딘지를 알아야 한다는 전제를 충족해야 한다.
문제는 한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던 내 나이대의 학생들은 자기가 가고 싶은 산의 정상이 어디인지를 잘 모른다. 그걸 생각할 시간도, 기회도 없었기 때문에 ...
그 부분이 씁쓸했다.
닐 게이먼은 어린 시절 '글 쓰기'를 자기가 가야할 산의 정상이라고 생각했고, 그걸 위해서 여러가지 선택들을 해왔고, 결국 결과물을 얻었는데,
난 아직도 내가 가야할 산의 정상이 어딘지를 모른다.
그게 아마도 나와 닐 게이먼의 가장 큰 차이가 아닐까?
그의 상상력이나 기발함, 방대한 지식이 부러운게 아니라 '어디로 가야할지' 알았던 그의 어린 시절이 부러웠다.
닐 게이먼의 말이나 여러 선현들의 말씀처럼
인생의 진리는 단순하다 못해 어이없을 정도로 간단하고, 모두가 알고 있는 것인 것 같다.
나이가 들어서야 이 사람의 글에 그걸 다시 한번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