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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에 대하여 (라틴어 원전 완역본) -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삶을 위한 세네카의 가르침 ㅣ 현대지성 클래식 67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8월
평점 :
출판사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출근길 지하철 문이 열리는 순간은, 마치 세상의 모든 숨결이 한꺼번에 밀려드는 것 같다. 숨이 아니라, 뜨겁고 눅눅한 공기. 그 안에는 사람들의 체온, 부주의한 냄새, 그리고 서두름이 섞여 있다. 나는 그 속에 몸을 밀어 넣고 싶지 않은 마음이 그득하지만, 이치에 따라야만 하는 순리처럼 그곳으로 결국 몸을 집어 넣는다. 누군가의 어깨가 거칠게 부딪히고, 발끝이 밟힌다. 미안하다는 말은 들리지 않는다.그저 더 깊이 끼어드는 사람들의 숨소리만 들릴 때, 나는 단단히 입을 다문다. 그러나 그 입술 안에는 이미 화의 첫 불씨가 들어와 있다. “왜 이렇게 힘들게 살아야 하지?” 하루를 시작하기도 전에, 나는 이미 하루를 잃고 있는 기분이 든다.
이렇게 나의 감정만으로 하루를 망치고 나면, 모든 불안과 불만이 나를 지배한 아침 8시가 시작된다. 언제까지나 이렇게 감정에 휘둘려 하루를 망칠 수 없다고, 상황에 관계없이 긍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거라는 믿음이 어딘가에서 주어졌을 때, 현대지성에서 나온 현대지성클래식 시리즈의 67권인, "화에 대하여" 라는 책을 만났다.
이 책은 크게 7장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그 구성을 4개로 편하게 소개해보려고 한다. 먼저 '분노에 대하여'라는 장에서는 실제 분노란 무엇이며, 우리는 어떻게 분노를 다시를 수 있는지에 대해 상세하게 나누어 설명한다. 그리고는, 좀 더 나아가 분노를 잠재우는 큰 용기인, '관용에 대하여' 라는 장에서 세네카는 우리의 인간의 본질적 평화와 용서에 대해 설명한다. 그 뒤에, "평정심에 대하여"라는 장을 통해 우리는 불안을 통한 분노를 벗어나 어떻게 평정심을 유지하고 불안을 줄일지에 대해 설명하여 준다. 마지막으로, "현자의 항상심에 대하여"라는 장에서 마무리를 짓는데, 이는 참으로 고전 철학에서 읽을 수 있을법한 이야기라 매우 흥미로웠다. 마지막 박문재님의 해설을 꼭 읽는 것을 추천한다. "불안과 분노가 나를 뒤흔들 때 세네카가 전하는 단단한 삶의 기술"이라는 해설의 표제에 알맞게. 이 책을 알주 전체적으로 크게도 바라보고, 미시적으로 설명해주시며 이 책을 이해하며 읽어가기 좋은 길잡이가 되어주기도 한다.
나는 이제 아침마다 마음속으로 작은 문장을 되뇐다. ‘이건 내가 동의하지 않을 감정이다.’ 문장을 통해 하루의 문이 조금은 다르게 열리곤 한다. 화를 다스린다는 것은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과의 계약을 해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순간, 나는 나의 해석과 동의를 선택할 수 있다. 화를 선택하지 않는다는 것은, 나의 하루를 나 자신에게 돌려주는 행위다. 세네카가 말했듯, 화는 잠시의 광기이지만, 그것을 내어준 순간, 우리는 그 광기의 노예가 된다. 그리고 나는 더 이상 그 노예의 삶을 살고 싶지 않다. 세네카는 2천 년 전에 이 사실을 알았고, 나는 이제야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그리고, 아마도 인생의 절반 이상은 이런 배움의 반복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