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is - 남의 사치가 아닌 나의 즐거움, 럭셔리의 재발견
김은령 지음 / 시공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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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명품을 왜 좋아할까? 같은 핸드백이고 자동차인데 수십, 수백 배나 비싼 제품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만한 가치는 있는 것일까? 아니면 자신을 포장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할까? 모조품을 명품이라고 속여도 구별하지 못하는 문외한에게 명품은 의미가 있을까? 의문이 꼬리를 물때 우연히 마주친 책이 <럭셔리 is>다. 제목부터가 의문에 대한 대답을 줄 것처럼 보였다. 저자 김은령은 월간 <럭셔리> 편집장이다. 명품에 대해서는 전문가일 것 같다. 명품은 가격이 아니라 역사, 품질, 디자인의 종합이라고 그는 이 책을 통해 답한다. 예상했던 말이다.
 
글귀를 따오지 않아도 될 만큼 이 책의 내용은 뻔하다. 옷, 가방, 시계, 구두, 보석, 스파, 레스토랑, 호텔, 자동차, 가구, 필기구, 여행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제품과 서비스에서 럭셔리한 것을 골라 소개한다. 생소한 해외 명품 브랜드가 등장하고 결코 죽을 때까지 만져보지도 못할 제품이 사진으로 나온다. 범인에게 사치와 동격으로 느껴지는 고급품 말이다.
 
한편, 이 책에 이런 말이 있다. 최고의 주방이란 값 비싼 주방용품이 가득한 쇼룸이 아니라 맛있는 음식이 만들어지고 그 음식을 둘러싼 이야기가 꽃을 피우는 곳이라고 한다. 결코, 명품 자체가 모든 것은 아니라는 의미이다.
 
이처럼 읽는 독자의 시각에 따라 이 책은 두 얼굴을 보여준다. 하나는 명품의 세계를 나열한 그저 그런 책이다. 또 다른 하나는 명품에 대한 인식을 바꾸려는 책이다. 저자에게 묻고 싶다. 이 책을 쓴 이유가 둘 중에 어느 쪽에 가까운지 솔직한 대답을 듣고 싶다.
 
독자가 이 책을 읽고, 명품은 역시 그림의 떡이라고 생각한다면 이 책은 별 의미가 없다. 명품에는 이런저런 가치가 있고, 그만한 값을 소비자가 지급해야 마땅하다라고 생각하게 되었다면 이 책은 달리 보일 것이다. 사실 이 책을 읽고 난 후에도 뚜렷한 기준을 세울 수가 없었다.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한 끝에 다음과 같은 아쉬움을 발견했다. 명품의 이면을 드러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고급 재료로 고급 노동자가 최신 기계로 만든 제품은 훌륭한 품질을 자랑할 것이다. 그만큼 가격도 비쌀 것이다. 그렇다고 명품이라고 할 수 있을까? 만일 명품이라고 소문이 났다면 마케팅, 홍보의 결과라고 볼 수밖에 없다. 하나의 명품에는 역사와 혼이 담겨 있어야 한다. 역사와 혼은 역경과 그 궤를 같이한다. 명품 탄생의 배경에는 아픈 과거와 노력이 있다. 이 책은 이런 점을 강조하지 못했다. 명품에 대한 소개, 설명 그리고 정의까지는 잘 이끌어냈지만 ‘명품의 조건’을 해부하지는 못한 점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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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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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고래>에 대한 두 가지 궁금증을 풀었다. 우선, 책 제목이 하필 고래일까 궁금했다. 소설 곳에 고래가 자주 등장하지 않는다. 바다 저편에서 고래가 숨을 쉬기 위해 한두 차례 떠오른 장면이 전부이다. 모비딕처럼 바다가 이 소설의 배경도 아니다. 이런 면에서 고래는 큰 의미가 없다. 그런데 한 주인공(이 책에는 주인공이 적어도 세 명이 등장한다)이 고래 모양의 극장을 짓는다. 어릴 때 바닷가에서 본 고래를 형상화한 영화관이다. 이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 있겠다. 그러나 시쳇말로 '그닥' 큰 의미는 없어 보인다. 굳이 그 의미를 밝히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이 소설을 읽는 데에 큰 불편은 없다.
 
두 번째 궁금증은 이 책에 대한 서평에서 비롯됐다. 소설가와 문학평론가는 '소설의 영역을 넘어선 소설'이라고 평했다. 도대체 어떤 소설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소설이긴 한데 소설의 형식에 얽매이지 않았다. 학창시절 시험볼 때 외웠던 1인칭 시점이니 전지전능 시점이니 하는 따위를 염두에 두지 않아도 좋은 소설이다. 그렇다고 배배꼬인 시각은 아니다. 그저 작가가 독자와 대화를 하듯 쉽게 쓴 소설이다. 읽기에 편하다. 저자는 소설 내용에 끼어든다. 마치 다큐멘터리의 내레이션과 같이 설명 글을 툭 던져 놓는다. 이런 식이다.

"독자 여러분, 표현이 다소 상스럽더라도 부디 이해하시길. 그녀는 교양 있는 여염집 규수가 아니었으며 그날의 정사는 우아한 침실에서 이루어진 격조 높은 사랑이 아니었다."
 
노파, 금복, 춘희라는 세 여인이 등장한다. 이들이 책의 내용을 끌고 간다. 그 내용은 3대에 걸친 이야기이다. 마치 펄벅의 <대지>를 읽었을 때와 비슷한 감정이 든다. 저자 천명관 작가가 영화인 출신이어서 그랬을까. 대하 드라마를 한 편 본 느낌도 든다. 그만큼 눈에 선하도록 글을 썼다. 시인 고은이 연작 시편 만인보 30권을 완작한 후 25년 만에 술에서 깬 기분이라고 했다. 이 책을 읽은 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소설 세계에서 현실로 돌아와서 마른 세수를 하고서야 정신을 차렸다. 그만큼 혼을 쏙 빼는 책이다.
 
판형이 다른 책에 비해 약간 큰데다 450페이지라서 두툼하다. 그림이나 삽화도 없다. 겉모양만 보면 지레 질릴 법도 하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고약한 심보를 품었다. 몇 페이지 넘겨서 아니다 싶으면 미련없이 덥기로 했다. 결국, 중간에 포기하지 못하고 마지막 장을 넘겼다. 중독성이 강한 소설이다. 문학동네소설상을 수상한 책인 만큼 그냥 그런 소설은 아니다. 책을 읽으면서 상상하기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 책을 권한다. 이쯤 되면 이 글을 읽는 사람은 궁금하다. "도대체 어떤 책인데?" 필자처럼, 책 마지막 장을 넘긴 후 이 소설을 설명하려고 애쓰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2010년 4월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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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하는 뇌 - 여자의 뇌를 자극하는 화장의 비밀
모기 겐이치로 & 온조 아야코 지음. 이근아 옮김 / 김영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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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여성이 화장을 하지는 않지만 많은 여성은 화장을 한다. 집 앞 수퍼마켓에 갈 때는 맨 얼굴로 가더라도 할인점이나 백화점에 갈 때는 화장을 한다. 또 데이트나 중요한 만찬에 참석할 때는 더 신경을 쓴다. 여성에게 화장은 단순한 자기만족일수 있고 타인에게 예뻐 보이고 싶은 본능일 수 있다. 그런데 화장이 뇌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를 접하면 화장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게 된다.

 

책 <화장하는 뇌>는 그 연구결과를 토대로 일본 뇌학자 온조 아야코 박사와 모기 겐이치로 박사가 썼다. 사실 이 책을 읽어보려고 마음먹은 이유는 제목에서 끌렸기 때문이다. 화장과 뇌가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인가. 부제는 '여장의 뇌를 자극하는 화장의 비밀'이었다. 분명 화장이 뇌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 것이 분명하다는 생각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저자인 온조 아야코 박사는 <make up your brain>이라는 논문을 북미신경과학학회에 발표했고, 그 내용을 이 책에도 실었다. 주요 내용을 한마디로 축약하면 얼굴을 화장하는 것은 뇌를 화장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박사는 화장을 하지 않았을 때와 했을 때의 뇌 활동을 fMRI로 측정했다고 한다.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화장을 할 때 뇌에서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분비되는 것이다. 도파민은 행복하고 기쁠 때 분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름다운 음악을 듣거나 좋아하는 이성을 만났을 때, 칭찬을 받았을 때에도 분비된다. 도파민이 분비되면 사람은 쾌락을 느낀다. 여성은 화장을 함으로서 쾌락을 느낀다는 말은 빈말이 아닌 것이다. 한마디로 화장은 뇌를 기쁘게 하는 일이라는 것이 이 책의 요지이다.

 

화장은 타인에게 보여 지는 것이기도 하다. 여성은 화장을 통해 자신을 표현한다. 타인에게 보이고 싶은 이미지를 연출한다. 여성은 남성보다 타인과의 관계를 중시하므로 이런 행동이 자연스럽다. 이런 의미에서 화장은 여성에게 최고의 커뮤니케이션 도구이다. 조금 더 확장시키면 화장은 여성이 삶을 사는 방식이라고도 할 수 있다. 종합하면 화장은 뇌를 자극해서 사람을 기쁘게 한다는 것이다. 또 대인관계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친다. 저자는 이 책에서 화장이 결코 피부의 아름다움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뇌, 타인관계, 삶에도 영향을 준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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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설탕이 녹는 동안
전경린 지음 / 문학동네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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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구미가 당겼지만 점차 시들해지는 책이 <검은 설탕이 녹는 동안>이다. 여성은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고 남성은 결과에 집착한다고 했던가. 그렇다면, 이 책은 여성에 어울린다.
 
스무 살 여자 주인공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가출하는 스무 살 여자 주인공의 시각에서 이 책은 전개된다. 연극단에서 활동하면서 극단 대표와의 사이에서 사랑의 느낌을 받는다. 연극이 공연법 위반으로 무산되면서 둘은 헤어진다. 십여 년이 흐른 후 다시 그 남자를 만나는 것으로 책은 끝난다. 내용은 단순하고 담백한 결과도 없다. 책이 얇은 만큼 손에 잡히는 내용이 없어 아쉽다. 다만, 남자 친구에게 이별을 고하는 편지 문체 등 아련한 문체는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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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가 사랑한 수식
오가와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이레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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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동화가 사무치면 책 <박사가 사랑한 수식>을 다시 읽을 생각이다.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처럼 잔잔하다. '박사'와 '수식'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거움은 이 책에 없다. 대신 훈훈한 정이 배어있다. 정(情)은 세 사람 사이에서 피어난다. 천재적 수학 박사와 그를 돌보는 파출부 여성, 그리고 그 젊은 여성의 10살짜리 아들이 그들이다. 수학 박사는 자동차사고 후유증으로 기억 장애를 앓고 있다. 기억이 80분 동안만 유지된다. 이 시간이 넘으면 기억하지 못한다. 기억을 유지하기 위해 박사는 옷에 여러 장의 메모지를 달고 있다. 시끄럽고 복잡한 외부 생활을 멀리하는 이 박사는 집에 틀어박혀 수학 문제만 풀면서 하루하루를 지낸다. 일반인의 눈에는 박사가 답답하게 보인다.

 

빨래, 식사, 청소를 맡아줄 파출부가 필요하다. 그러나 하루 종일 말 한마디도 하지 않는 박사와 오래 지낸 파출부는 없다. 어느날 20대 여성이 새 파출부로 그의 집에 들어온다. 남편도 없이 아이를 키우며 삶을 이어가는 여성이다. 그는 박사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피며 그를 보살핀다. 그 보답이었을까. 말수 적은 박사도 그녀에게 마음을 연다. 특히 그녀의 아들을 아낀다. 이 세 명의 정은 마지 수학 문제처럼 풀린다. 정답이 없을 것 같지만 결국 해법을 찾는다. 10살이던 아이가 20대 직장인이 될 때까지 이들의 관계는 10여 년 동안 이어진다. 이 책의 내용은 영화로도 만들어질 만큼 인기가 있었다.
 
처음 이 책을 대했을 때는 순전히 제목 때문이었다. 알듯 모를 듯한 제목에 끌렸다. 제목대로 그 박사는 수학을 사랑한다. 결혼도 하지 않고 오로지 세상을 숫자로 파악한다. 강한 집중력과 천재성을 발휘해 수학 잡지에 실린 어려운 문제를 척척 풀어낸다. 이 능력은 끝내 발휘되지 않고, 박사는 세상을 떠난다. 조금은 맥 빠지는, 뻔한 결말이다. 그러나 여운은 깊다. 단기 기억상실증, 수학, 10살짜리 아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각이 어떻게 맞춰지는지 알아가는 과정이 이 책의 독서 포인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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